수화기 너머로 촤르륵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가 났다. 이것은 을 넘기는 소리일 터. 갑자기 전화했는데도 이병수(35)씨는 단번에 을 펼쳐 서툰 인터뷰어의 이름을 확인했다. “아! 이번호 ‘뉴스룸에서’에 기자님이 나오네요.” 병수씨는 을 구독한 지 10년이 넘은 열혈 독자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3월부터 ‘농업인’이 됐다. 아버지와 함께 경기도 김포에서 소 80마리를 돌보면서 벼농사도 짓는다. “몸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회사에서처럼 눈치 안 봐도 되는 점은 좋다.”
<font color="#008ABD">그럼 은 주로 언제 읽으시나.</font> 직장생활 때는 출퇴근하면서 읽었는데, 이제는 그때보다 더 못 본다. 일 마치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보는 게 전부다.
<font color="#008ABD">10년 넘게 구독하시면서, 관심 가지고 보는 주제가 있으신가. </font>할아버지가 황해도 분이시다. 일가를 다 두고 남쪽엔 혼자 계셨기 때문에, 북에 두고 온 부모님과 누나들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잘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는- 내가 고등학생 때다- 명절 때마다 애기봉에 갔다. 그래서 지금은 통일부 장관이 된 김연철 교수의 글과 지금 베이징 특파원으로 가신 정인환 기자의 기사를 주의 깊게 읽었다.
<font color="#008ABD">지난호 표지로 다룬 남·북·미 판문점 만남도 남다르게 보셨겠다. </font>대부분 국민이 그랬겠지만, 사진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워낙 깜짝 이벤트였으니까. 이렇게나마 다시 시작됐으니 실제로 눈에 보이는 (남·북·미 관계에서) 결론이 있으면 좋겠다.
<font color="#008ABD">에서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font> 원래 굉장히 수용적인 사람이라 그냥 잘 보고 있다. (하하) 그래도 상이군경회 관련 보도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매체들은 사안을 알고도 다루기 꺼려왔을 텐데.
<font color="#008ABD">나도 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독자님보다 에 대해 모를 수도 있다. 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font>하하하, 꼭 해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 후원제를 시작하지 않았나. 가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후원해달라고 요청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요청이 없다면 인터넷으로 다른 기사 보듯이 그냥 보고 넘어갈 수도 있을 듯하다. 후원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있고, 발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 같다.
<font color="#008ABD">지면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font> 잠깐만요, (잠시 고민) 을 퇴근하고 집에서 보다보니까, 아내와 아이들(8살·6살)이 싫어하기도 한다. 집안일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문득문득 을 보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해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그래야 을 더 볼 수 있을 테니까).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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