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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취재는 계속된다, 쭈욱~

등록 2019-07-02 20:58 수정 2020-05-03 04:29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6월17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티스트컴퍼니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6월17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티스트컴퍼니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없어요.”

2016년 9월 말,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씨가 진행자 박명수씨에게서 “잘생겨서 안 좋은 점이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짧게 던진 대답에 출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던 게 기억납니다. 방송으로 보던 저도 박장대소했습니다.

평범한 외모를 가진 저는 잘생긴 영화배우로 25년째 순위권에 오르는 정우성씨의 삶이 어떠할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언론사에서 사회부와 정치부를 맴돌아온 저는 그렇게 잘생긴 배우를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크지 않지요.

그런데 ‘난민’이라는 연결고리로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정우성 배우와 한때 난민이었던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그리고 난민을 취재한 기자가 한자리에 모여 난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좀 긴장했습니다. 대담 내용을 표지이야기로 쓰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대화가 충실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두 분이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내용을 모두 찾아 밑줄 치며 몇 번을 다시 읽고 정리해 사전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부분을 공격하는 댓글을 보면 상처를 받나요?”와 같이 불편할 수 있는 질문도 포함했습니다.

정 대사는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너 중학교 졸업하고 뭘 안다고 떠들어’와 같은 댓글은 속으로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댓글 중에는 엄마 입장에서 가짜뉴스를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진짜 우리 딸에게 이런 일(범죄)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순수한 걱정이죠. 그럴 땐 차분히 소통할 수 있는 워딩(말)을 찾아서 시그널(신호)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신공격으로 자신이 받는 상처보다 타인이 느낄 두려움을 먼저 생각한 따뜻한 대답이었습니다. 정 대사가 방송에 나와 “잘생겨서 안 좋은 점은 없다”고 거리낌 없이 말해도 누구도 그가 거만하다고 느끼지 않는 건, 그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 대사는 난민 이슈에 대해 이해도 깊고 정확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당연한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게 가장 커요. 우리가 아침에 눈뜨면서 잠들 때까지 만나는 수없이 많은 관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고 찬란하고 아름다운지…. 그것을 잃은 사람들의 어려움을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정 대사가 활동하면서 얻는 것을 설명한 부분에는 깊이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신문을 펴봅니다. 6월27일치 신문 1면엔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국으로 가려고 함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마르티네스 부녀 사진이 실렸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최근 상황이 나아져 미국이 임시 보호하고 있던 엘살바도르인들을 송환할 논의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문제가 있는 걸까요? 최근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난민이 늘고 있다는데 어떤 이유일까요? 기사는 보통 이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아직 질문이 남았으니 취재를 계속해야겠죠?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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