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1등 신문’ 는 억울해한다. ‘친일’ ‘독재 미화’ ‘꼴보수’ ‘수구’ 등 민주화 이후 들은 지 오래된 비난들 사이에서 한때 걷어낸 줄 알았던 ‘반통일’ 낙인이 다시 찍혀서다. 이번엔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가 덧붙어 조롱까지 받는다. 이유인즉 4년 전 박근혜 정부와 ‘떼창’으로 ‘통일 대박’을 외치다 지금은 거꾸로 ‘반통일’ 논조의 보도를 앞장서 쏟아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미국 TV 뉴스채널 와 한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방금 그렇게 (북한 편을 들고 있다고) 비난했던 분들은 과거 정부 시절에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대박이고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 정권이 바뀌니까 또 정반대의 비난을 하는 것입니다.”
로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 논조가 달라졌다는 비판 지점에서 그렇다. 10월1일치 이 신문 ‘최보식이 만난 사람’ 꼭지에 나온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의 말을 보자. “(4년 전) 통일 대박은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전제로 말한 겁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어떤 통일을 추구하는지 모호하고 안보 위협에 대책이 없어요.” 를 대변해주는, 가 하고 싶은 말이다. 가 말하는 ‘통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한데, 왜 논조가 바뀌었다고 시비를 거냐는 얘기다.
“근년에 의 대북 논조를 가지고 일부 사람들은 를 ‘반통일’ 신문이라고 매도해왔다. (중략) 는 정녕 통일에 반대하는가? 결코 아니다. 다만 저들이 말하는 통일과 가 말하는 통일이 다를 뿐이다.” 언제 적 사설로 보이는가? 가 2000년 7월 ‘조선일보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란 제목으로 낸 사설이다. 18년 전 글이지만 상황이 지금과 흡사해 마치 오늘치 사설을 읽는 느낌이다. ‘반통일 세력이란 콤플렉스’를 방어하기 위해 나름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쓴 사설의 끝은 이렇다. “는 지금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의 비난과 위협이라면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라 무대응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남쪽 일각에서는 ‘남북 큰걸음’에 저해되는 언론이라며 와 기자들을 매도하거나 저주하는 주문들이 연일 횡행하고 있다… 는 어떤 협박에도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힌다.” 그 뒤 지금까지 가 길들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박근혜의 ‘통일 대박론’으로 이어진 의 2014년 ‘통일이 미래다’ 신년기획도 바뀐 적 없는 논조의 산물이다.
흔들리지 않는 논조의 뿌리는 깊다. 한반도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멈춘 지 이틀 뒤 1953년 7월29일 는 ‘팔면봉’에서 이렇게 밝힌다. “우리의 목표는 통일 두 자에 엄연. 명기하라, 통일전취는 이제부터.” 한테 통일은 싸워서 목적한 바를 이뤄야 할 대상이었다. 그 문장 앞에 휴전 기간에 지켜야 할 두 가지 대과제로 언급된 건 “정신재무장에 행동전력화”였다. 이승만의 ‘북진통일’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선입관 때문일까.
에 대한 유감은 이 신문이 동의조차 하지 않는 ‘반통일’보다 ‘반평화’에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며 안보상업주의로 재미를 봐왔던 이 신문의 진짜 모습은 좀체 평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남북 교류협력 강화나 군축 등 평화 공존의 몸짓에 ‘안보’란 요술방망이로 트집 잡아 쓴 기사들이 지난 수십 년 차고 넘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9월20일, 남북 정상의 ‘9·19 평양공동선언’이 나왔을 때 이 신문 1면 제목은 “김정은 ‘핵 없는’ 한마디에… 공중정찰·해상훈련 포기”였다.
‘반평화’ 비판이 거세지면 언젠가 이런 사설을 쓸지 모른다. ‘는 정녕 평화에 반대하는가. 결코 아니다. 다만 저들이 말하는 평화와 가 말하는 평화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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