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독자시군요. 반갑습니다.” 지난해 가을 제주도 가시리마을에서 처음 만났다.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에서였다. 서울 청운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다 잠시 휴직 중인 10여 년 장기 독자 이민재(50)씨다.
“제주의 속살을 한껏 들여다보고 싶다는 소망이 늘 있었어요. 김완 기자의 제주트레일러닝 기사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처음이라 완주는 못했지만 사흘 동안 한라산과 중산간 오름, 해변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만끽했지요. 마을 목장의 억새밭도 한라의 둘레길도 참 경이로웠어요. 돌아와서 발톱이 4개나 빠졌지만 두고두고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을 얻었습니다.” 이씨는 “우리 집 바로 뒤쪽이 북한산 자락인데 부지런히 체력 훈련해서 내년에 꼭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냥 편하게 하는 말인데, 독자들의 가시 돋친 공격이 한테도 자양분이 됐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따돌림 사건이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극적으로 전파되는 것을 봤다. 오프라인 사회의 가부장적 대화와 소통법을 개선하고, 동시에 SNS 문법의 성찰도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내부적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독자와 언론이 어떻게 함께 성찰하고 성숙해나갈지 차분하게 모색하기를 바란다.
어떤 기사를 기대하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와 함께 지낸다. 50~60대가 의 주 독자층은 아니겠지만 성인이 된 자녀의 독립, 나이 든 부모님과 잘 이별하는 법, 은퇴 이후의 삶, 노화와 죽음 같은 고령화가 가져오는 구체적인 문제를 잘 다뤄주면 좋겠다. 관련 정보나 다양한 시각, 정책도 소개해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교사로서 가슴이 답답하다. 새 정부 초기에 진보와 보수가 최대한 합의해 교육개혁의 틀을 짜야 할 것이다. 깊이 있는 기획 기사를 기대한다. 소프트한 기사를 좋아하는데, 국제·외교·경제 분야의 무거운 기사를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지도 고민해달라.
은 어떤 점이 매력인가.
그전에 재직하던 학교에서 학생들과 신문을 발행한 경험이 있다. 은 시사주간지 중에서 디자인과 편집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표지와 기사 배치를 눈여겨본다. 교사로서도 알차게 활용한다. 기사를 읽다가 학생들과 가보고 싶은 곳이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메모해두었다가 활용한다. 진로, 교육, 과학 쪽 좋은 기사를 골라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교실에 붙여두기도 한다. 대자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알게 해준 고마움으로 지금도 김완 기자의 이름이 나오는 기사를 보면 반갑다.
기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약간 울퉁불퉁하더라도 참신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젊은 이 멋있다. 지금 SNS는 기존 언론이 해내지 못한 여론을 형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순기능을 많이 했다. 그만큼 휘발성과 공격성도 큰 것 같다. 진지하게 돌아볼 것은 돌아보더라도 은 가던 길을 꿋꿋이 가야 하지 않겠나. 응원한다!
이씨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함께 학급신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온라인 사회와 오프라인 사회가 소통하는 공간을 열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때는 우리 반 학생기자들과 함께 을 취재하러 가고 싶어요. 기자들도 만나고 싶고요. 환영해주실 거죠?”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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