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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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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세요

등록 2017-02-22 23:02 수정 2020-05-03 04:28

“음… 10년 전부터 본 것 같아요.”
박형수(59) 독자는 의 오랜 친구다. 기자가 언제부터 정기구독을 했는지 물었더니, 오래된 수첩을 들추듯 기억을 더듬는다. 그는 “젊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 만에 다 읽었는데, 이제는 나이 먹어 일주일 안에 다 못보겠”단다. 그래도 “작년에 3년 구독 연장”했다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을 읽는 데는 변함없는 이유가 있어서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보수화돼요.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싶어서 보고 있어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그런데 요즘 50% 정도 무뎌진 것 같네요. 기사의 날카로움이.”

박형수씨(왼쪽)와 그의 가족 모습. 박형수 제공

박형수씨(왼쪽)와 그의 가족 모습. 박형수 제공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광주 서구에 있는 마재초등학교 선생님이다. 1987년에 교단에 섰으니 올해 30년 되었다. 정년이 4년 정도 남았다.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아이들의 큰아버지나 작은할아버지뻘이 되어버렸다.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정말 행복했다. 초등 아이들은 겁나게 순수하다. 칸트 비슷하게 표현해보면 ‘물 자체’(Ding an sich)가 아닌 ‘순수 그 자체’다. 이런 순수한 아이들과 30년을 같이했으니, 만년 평교사이지만 별로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저학년(1~2학년), 중학년(3~4학년), 고학년(5~6학년)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다. 저학년은 또래 집단과 아무 사심(편견) 없이 어울리는 때이고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또래들과 하는 놀이에 관심이 많다. 중학년 무렵이면 자의식과 쑥스러움이 생겨 주변과 이웃을 의식한다. 생각이 있는데 발표는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이때도 또래 집단에서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고학년은 스마트기기와 게임, 웹툰에 관심이 많다. 친구 관계도 스마트기기 안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스마트폰의 위력은 부모나 교사를 무력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 대부분은 이때부터 활자 매체와 거리가 멀어진다.

초등학생들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지.

아이들도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광주 지역의 정서적 특성상 촛불집회에 부모님을 따라 참가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반 아이는 아니지만 자유발언대에 올라가서 발언하는 1~2학년 친구도 보았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교육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진실을 아이들에게 알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 관련해 취재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고학년 사춘기 아이들의 왕따 문제와 학교 폭력 문제. 이 시기 아이들이 단톡방에서 쓰는 어휘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하다.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취재했으면 좋겠다. 사교육은 아동학대이고 폭력이다. 얼마 전 학원 앞에서 혼밥 먹는 아이 사진을 보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관심 있게 본 기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기사를 눈여겨봤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세월호와 비슷하다. 살균제를 만든 대기업은 사람을 죽이고도 책임지지 않고 정부 태도도 한심스럽다. 국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관심 가는 이슈가 있는지.

딸 둘이 모두 간호사다. 이직률도 높고 업무가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도 노조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대학병원이나 중소 병원이나 모두 열악하다. 10명이 할 일을 5명이 한다. 법을 안 지켜서 그렇다. 예를 들어 법에는 병상이 50개면 간호사 15명을 충원해야 한다면, 중소 병원들은 이를 안 지킨다. 노동력을 많이 착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희망이 보이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그런 희망을 주는 이 되면 좋겠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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