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이 한 사람을 불렀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살고 싶다.” 암 투병하는 노모가 편지 봉투 겉면에 비뚤배뚤 쓴 편지의 한 문장. 수신인은 독자 임찬성(48)씨. 임씨는 2월1일 저녁 페이스북에 편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임씨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기자에게도 팔순 노모가 있다.
임씨는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산다. 고향은 전남 나주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출신 김준엽이 총장을 지낸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졸업 뒤 한국청년정책연구원 근무. 지금은 농부다. 그는 “기능적으로는 아직 농부가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지랄탄과 짱돌이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아스팔트 위를 교차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그는 부인·자녀와 더불어 농촌에 귀의했다. 그는 부채의식을 말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곶감의 시설(枾雪·하얀 가루)인 듯 인정이 묻어난다. 의 올해 핵심 의제인 기본소득 또한 요컨대 ‘모두를 위한 십시일반’ 아닌가. 인정인 것이다.
임찬성 제공
대안학교 프로그램을 하면서 귀농 터를 찾다가 우연히 붙잡혔다. 농사를 전업으로 짓는 건 아니다. 가족들 먹거리 정도. ‘괴산 민들레 마을 만들기’ 일을 했다. 지난해 1500평가량 땅에 국화를 심었다. 선친이 국화를 참 좋아하셨다.
주민들이 나더러 먹물, 사기꾼처럼 생겼다고 하더라. 허여멀건 얼굴이니까. 농지원부가 있으니 합법적인 농민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안 된다. 한 2년 공부하면서 국가기술자격증도 일고여덟 개 땄다.
목수일도 하고 철물점에서도 일했다. ‘한살림’에서 괴산에 귀농마을을 하나 만들었다. 그 일도 한다. 생계를 우렁차게 하지는 못한다. 자유로운 삶, 몸으로 밀고 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여든다섯이신데 대장암 4기. 다른 장기들도 기능이 떨어져간다. 2년 전에 가족들이 엄마하고 ‘이별연습’을 했다. 아홉 남매다.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신 분. 한글을 전혀 몰랐다. 집안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회에서 한글을 배우셨다. 장문의 편지는 이번에 처음 받아보았다. 마지막 편지가 될지 모르겠다.
내가 세 학번 위. 같은 사회학과.
구독한 지 꽤 된 거 같다. 수찬의 강권 때문. ‘만리재에서’랑 내가 좋아하는 기자들 기사를 주로 본다. 에 대해 잘 모른다.
어찌 보면 을 보는 게 아니라 안수찬을 지켜보는 거다. 수찬은 학교 다닐 때부터 예민하고 무언가 풍부했고 에너지를 가진 친구. 나는 처음엔 잘 몰랐다. 사람들이 ‘깜찍한 녀석’ 하나 있다고 하더라. 그 친구를 지켜보는 건 선배로서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걸 맡겨놓은 것 같은 부채의식도 있다. 그 환경에서 무기를 놓지 않는 것, 쉬운 일 아니다.
꼬박꼬박 본다. 읽고 나면 시원한데 좀 불편하다. 찔러도 따뜻하게 찔러야 좋다. 예전 ‘노동OTL’은 너무 좋았다. 그때 수찬의 글이 살아 있었다.
어떤 ‘놈’들은 굶더라도 싸워야 하고 불을 밝혀야 한다. 거창한 건 없다. 파이팅 있게 싸우는 사람(기자)이 많지 않다. 우리가 싸웠던 게 실현될 시간이 오기 전까지, (의) 불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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