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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과속방지턱

등록 2017-01-06 09:14 수정 2020-05-02 19:28

곧 10년을 꼬박 채운다. 오랜 독자 백영선(42)씨는 “기억에 남는 기사들을 더듬어보니 을 본 지 벌써 8~9년이 지났더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기획자로 일하는 백씨는 을 자신의 ‘과속방지턱’이라고 표현했다. “이 사회는 늘 빨리빨리, 편하게를 강요하는데, 은 그럴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고 옆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같은 고은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주간지를 보면서 알게 되고 보게 된 것이 참 많다”고 말했다. 새해 특대호 마감을 향해, 빨리빨리 달려가고 있던 기자들에게 가장 따뜻한 응원과 덕담이었다.

백영선 제공

백영선 제공

2016년 마지막 금요일이다. 무슨 일을 하고 계셨나.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온라인 회사 특성상 종무식은 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금요일을 보내고 있다.

무슨 일을 하시나.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일한다. 마침 지난주에 과 업무를 많이 하는 팀으로 옮겼다.

오, 어디에.

스토리펀딩 파트로 발령이 났다. 과는 최근 기본소득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담당 기자를 만나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 을 보게 됐나.

웹에서 보는 뉴스는 워낙 겉핥기 느낌이었다. 주간지를 꾸준히 가지고 다니면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독을 지속한 이유는 기자와 필자들의 글이 너무 좋았다. 글을 참 차지게 잘 쓴다고 해야 하나, 표현력이 좋다. 살다보면 바빠서 점점 무식해지는데, 시사 이슈뿐만 아니라 ‘만리재에서’부터 후반부에 배치된 칼럼들까지 각성과 재미 요소가 두루 많다.

요즘 관심 있는 이슈는 뭔가.

안수찬 편집장의 말처럼 메탈리카나 콜드플레이 공연을 좀 거룩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빨리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구속되고,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번 특별검사에서 교통정리되길 바란다. 이 사태로 인한 상처가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잘 치유된 다음 대선이 치러졌으면.

메탈리카나 콜드플레이 공연을 예매한 눈치인데.

콜드플레이 티켓 예매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 계속 중고장터를 찾아헤매고 있다. 혼자라도 가려고 하는데.

같이 사는 분께 허락은 득한 건가.

허락은 받지 않았는데, 티켓을 들이밀면 반응이 있지 않을까. (웃음) 아내에게는 좋아하는 뮤지컬 공연 티켓을 선물할 생각.

최근 인상 깊었던 기사는.

기본소득 프로젝트. 삶의 평균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본소득 실험은 아주 중요한 시도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일 때문에 여기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세월호 기사를 꾸준히 써주는 것도 고맙다. 어제 오랜만에 많이 울었다. JTBC 에 나온 세월호 노래 영상을 보고 몸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울었다. 그 영상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에서 다룬 촛불 들고 나온 맘카페 회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또 한 번 울컥했다. (▶해당 기사 “정치 얘기 말라는 말이 제일 나쁜 말”)

책 받으면 어디서부터 펼쳐보나.

맨 뒤부터. 쉽고 재미있는 것을 먼저 읽고 앞으로 넘어간다.

그중에 좋아하는 꼭지는.

아무래도 육아 칼럼. 육아휴직 중인 남성 기자의 ‘주양육자 성장기’ 최근 칼럼(제1143호 ‘역지사지 그래도 섭섭하다’)은 세 번만 읽으면 부부싸움을 면할 것 같다. 싸움은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때 생기니까.

아쉬운 점은 없나.

정치·사회 기사가 좀 어려운 경향이 있다. 대중이 읽기에는 무겁고 깊어서 글이 쉽게 안 그려진다. 그리고 최근 기자들의 농담이 적어진 것 같다. 정치나 사회처럼 심각한 기사여도 자기만의 농담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바로 직구를 날리는 듯하다.

언젠가 독자 인터뷰 요청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이 말은 해야겠다, 마음먹은 게 있나.

바란다면, 좋은 칼럼니스트들을 계속 발굴해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주객전도’를 쓴 오승훈 기자의 팬이었다. 사직아재의 글도 좋았다. 이분 글은 다른 데서 볼 수 없어서 더 기다리고 있다. 손바닥문학상 수상자들이 간혹 싣는 글도 좋았고. 재야의 고수들을 지면에서 만나는 기쁨이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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