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覆後戒(전복후계). ‘앞 수레가 뒤집힌 자국은 뒤 수레의 좋은 경계가 된다’, 즉 ‘앞의 실수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박민서(23)씨는 2015년 발표한 졸업작품 제목으로 이 고사성어를 가져다 썼다.
졸업작품은 2014년에 발행된 전권(제993~1042호)에서 기사 1꼭지씩을 뽑아 달력으로 만들었다. 기사 일부를 발췌해 넣고 기사에 쓰인 사진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구성해 담았다. ‘부록’으로 기사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사전도 만들었다. 뉴스로 돌아보는 1년인 셈이다. 뉴스 달력 전면에는 세월호를 그려넣었다.
민서씨는 뉴스 콘텐츠를 책으로 디자인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디자인만큼 ‘글’도 좋아해서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디자인을 맡고 있는 디자인주(Design Zoo)에서 일하며 제1095~1135호 디자인에 동참했다. 의 독자이자 동료로 활약한 민서씨를 11월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났다.
박민서 제공
아버지가 의 오랜 정기독자다. 회사에서 을 읽은 뒤 집에 가져오셔서 말없이 내 책상 위에 둔다. ‘읽어보라’는 의미일 텐데 처음부터 읽었던 건 아니고 (웃음) 21살 때부터 읽었다. 학교와 집이 멀어서 등·하교 시간이 꽤 길었는데, 어느 날 문득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기사가 어려웠는데 읽다보니 내가 몰랐던 사회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탐독하게 됐다. 나의 첫 시사잡지가 이다.
어떤 기사가 독자로 이끌었을까.인상 깊은 기사들은 읽고 떠오른 생각을 글로 써서 정리해두기도 했다. 진주의료원 폐원 1년을 맞아 강제 퇴원 환자 58명을 전수조사한 기사(제1001호 표지이야기), ‘세대 전쟁은 없다, 청년-노인 복지 동맹을 맺자’(제1004호 표지이야기)가 그랬다. 최우성 전 편집장의 ‘만리재에서’ 칼럼도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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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언론사에 대한 신뢰가 워낙 낮기도 하고 (웃음) 기사를 보고 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괜찮았다. 오히려 다른 통로에서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 다뤄줘서 고마웠다. 지하철에서 을 펼칠 때 ‘나 이런 거(!) 본다’는 뿌듯함도 있었고.
기자들의 일이 끝나면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일이 본격 시작된다. 지난 10월 어느 금요일 마감날 밤 9시쯤 “역대급으로 빠르게 퇴근한다”며 카톡을 보낸 걸 보고 짠했다.10개월 일하는 동안 금요일에 대중교통으로 집에 간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놀란 점이 많다. 마감이 끝나기까지 수차례 디자인팀과 취재·편집팀을 오고 가는 기사 대장들…. ‘내가 쉽게 보는 한 페이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땀으로 만들어지는 거구나’, 충격이었다. 매번 기사 디자인 마감도 힘든데 이 기사들을 매주 써내는 기자들도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표지! 이번 표지(제1138호)를 보고 기절초풍했다. (표지 디자인을 맡은) 장광석 실장님은 내가 감히 ‘평가’라고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능력자다.
직접 디자인 맡은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은.‘아이돌 연대기, H.O.T.에서 블랙핑크까지’ 인포그래픽(제1127호 레드기획)과 ‘밥상 한가운데 GMO’ 인포그래픽(제1129호 바글시민 와글입법).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하며 살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생각한다. 미래를 겁내거나 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겠다. 디자인주에서 일하며 그런 용기를 얻었다. 운 좋게 내가 좋아하는 매체를 직접 편집디자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박은주 대표님을 비롯한 디자인주 분들과 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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