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현지 취재했다. 개막식도 현장에서 구경했다. ‘구경’했다는 표현이 이상하겠지만, 대단히 사실이다. 하나뿐인 개막식 취재증을 주면서 선배 기자들이 당부한 것은 한 가지였다. “그것만 제대로 보면 돼. 알겠지?”
그 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사상 처음으로 공동 입장했다. 세계적 화제였다. 그 장면을 눈 부릅뜨고 취재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웅대한 개막식을 아무런 압박 없이 지켜보았다. 좋은 구경이었다. 뒤이어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그때까지도 덤덤했다. 단일팀으로 함께 경기하는 것도 아닌데 공동 입장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었다. 그리하여 각국 선수단 행렬에 심드렁하던 나는 이윽고 보았다. 주경기장 왼쪽 구석에서 하얀 바탕에 파랗게 그려진 한반도기가 크게 한 번 펄럭인 것을.
이후 암전이 왔다. 예감조차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모든 관중이 기립해 박수치는 가운데 외국 기자들은 한국에서 온 감상적 녀석임이 분명한 나를 촬영했다. 처음엔 그칠줄 모르는 눈물 때문에, 나중에는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취재 임무를 망쳐버리고 급기야 통곡의 지경에 이른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국에서 온 다른 기자들은 취재 메모를 건네주었다. 그들의 눈시울 역시 벌겠다.
그렇게 올림픽은 실재하지 않는 감동을 건넨다. 남과 북이 진정으로 평화로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그날 목격한 것은 거대한 허상이라 할밖에.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대역전의 기적과 박애적 화합이 올림픽에선 가능하다. 다만 그 감동에는 비용이 든다. 1980년대 이후 올림픽과 월드컵은 열등감에 시달리던 국가가 뒤틀린 자존감을 과시하는 지구적 행사로 자리잡았다. 이들 나라는 복지에 쓰였어야 할 돈으로 잔치를 치른다. 그것은 일련의 피라미드 구조를 이룬다.
꼭대기에는 왕족·정치인·기업인 등 귀족들의 단체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있다. IOC는 방송사와 대기업으로부터 중계권료와 후원비를 받아 그러잖아도 풍족한 삶에 윤기를 보탠다. 그 아래에는 독점 중계 계약을 맺은 미국의 유력 방송사들이 있어, 그 전파를 작은 나라 방송사에 되팔거나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번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등 다국적기업은 독점 후원·광고 계약을 맺어 전세계에 제 브랜드를 판다. 이들이 돈을 버는 동안 세계의 중산층들은 화면으로 날아온 감동을 즐기는데, 그조차 구경할 시간과 돈과 텔레비전이 없는 주최국의 빈민들은 제 몫이었던 세금이 날아간 자리에서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등 정크푸드로 하루를 버틴다.
감동 연출에 들어가는 글로벌한 죗값과 핏값을 생각해서라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이제 좀 고만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를 여러 나라에서 소소하게 여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드니올림픽 공식 후원사 가운데는 그 무렵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하던 삼성이 있었다. IOC 위원이었던 이건희 회장을 시드니 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각 언론사 부스를 다니며 일일이 악수하던 그의 부드러운 손을 기억한다. 그가 그룹을 경영하던 시절 벌어진 일을 이번호에서 단독 보도한다. 삼성 관련 취재는 까다롭고, 그 보도에선 고려할 요소가 많다. 그러느라 취재에만 두어 달을 쏟은 홍석재 기자가 첫 기사를 썼다. 후속 보도를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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