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비범한 독자 전자우편’을 보냈을 때부터 정체를 알아차렸어야 했다. ‘육참골단 권투인생’(제1111호)이 나간 뒤, 그가 보낸 전자우편은 이랬다.
“최용수 선수 인터뷰 기사,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권투 이야기에 푸코, 브레히트가 나오니 고품격 기사이군요! …소생도 그해 말에 (생활체육 복싱대회에) 출전하려고 했으나 체육관 지도자가 만류하더군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줄 강펀치 소유자여서 사고 우려된다고.” 간결한 문장과 재기 넘치는 전자우편은 졸문을 작성한 기자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전자우편에서 자신을 ‘어느 60대 애독자’ ‘자뻑 할배’로 소개했다.
실체는 따로 있었다. 고승철(62) 나남출판사 사장 겸 주필. 그는 1981년 에 입사한 뒤 프랑스 파리 특파원 등을 하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독일 통일 당시 베를린 현장 등을 취재했다. 이후 에서 편집 부국장, 출판국 국장까지 거친 ‘역전의 용사급’ 언론계 선배이기도 하다. 과는 창간 즈음부터 인연을 맺은 애독자이자, 한때 의 라이벌 주간지 총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단박인터뷰에 모실 최적의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고승철 제공
대학생 때 복싱 수련을 했다. 경기장에서 직접 본 사실이 신문기사에서 엉터리 혹은 ‘오보’로 쓰인 경우가 잦았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줘야겠다고 시작한 게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일반적인 신문기사는 길어봐야 원고지 7~8장 정도다. 기자 초년병 때부터, 광야를 달리고 싶은데 좁은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느낌이었다. 야생성이 사라지는 기분도 들었다. 호흡이 긴 글을 쓰려는 욕구가 컸던 것 같다.
기사는 사실을 추구하고, 문학 장르는 진실을 추구한다고 하지 않나. 스포츠에서 피겨 김연아와 역도 장미란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장르가 주는 특색과 장점이 분명한 것 같다.
참신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매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의 차별점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아이템과 인터뷰 대상에 있는 것 같다. 다른 주간지들은 신문기사에서 소재를 찾는 경우를 많이 본다.
출판국장 시절 “잡지 기자라는 말에 함몰되지 말라”는 당부를 자주 했다. “귀하들은 ‘잡지 기자’라는 표현 말고 ‘심층보도 기자’라는 말을 쓰라”고 했다. 시사주간지의 특성을 살려, 그 구실을 충분히 해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해도 지면 매체의 장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콘텐츠의 밀도, 편집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다. 잡지를 펼치면 무엇보다 편집이 독자의 눈을 끌어야 한다. 과감한 지면 디자인, 표정이 살아 있는 인터뷰 사진, 더 간결한 제목 같은 걸 당부하고 싶다.”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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