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할 자신이 없는데요.” 독자 단박인터뷰를 청하자 머뭇거렸다. 그 머뭇거림이 왠지 잔잔한 찬성으로 느껴져 다시 문자를 보냈다. 편하게만 해주시면 된다고 하자 “그럼 괜찮을 것 같다”는 답을 보내왔다. ‘괜찮을 것 같다’니 역시 잔잔한 수락이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온 독자엽서의 주인공 김유민(25)씨는 문화콘텐츠학과 대학원생이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보내온 문자와 꼭 닮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독자엽서에 쓰인 글씨도 그랬다. 차분하고 정돈돼 있었다. 이제 논문 학기만 남겨두고 있다는 김유민씨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며 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여러 매체가 있는데, 유독 손이 가더라고요. 그게 처음엔 표지가 예뻐서인가도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주간지이지만 가장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줍은 듯했지만 단호한 맺음이었다.
만화와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는 김유민씨는 요샌 (JTBC)을 즐겨 본다고 했다. “속이 시원해지기 때문”이란다. 은 속 시원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며 “이 더 속 시원하지만, 은 예능 같다”고 답했다. 에둘렀지만, 은 재밌지 않다는 잔잔한 충언일까. 김유민씨는 다만 “ ‘만리재에서’를 재밌게 즐겨 읽고 있다. 한 주의 시사 감정이 정돈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유민씨는 청년에게 ‘용기’를 주는 언론, 소수자에게 ‘관심’ 갖는 정치를 주문했다. 청년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가 아닌 “청년이 스스로 용기를 갖고 사회적 자립을 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보도”를 부탁했다. 곧 개원하는 제20대 국회에 대한 당부를 묻자 “대안으로서의 야당이 아니라 소수의 문제를 진짜 다루고 생각하는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정치가 개인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개인이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여전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는 김유민씨는, 그래서 “희망 없는 사람들의 희망을 얘기하는 PD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발화는 참 잔잔했는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설득은 독자 단박인터뷰로 만나, 잔잔한 얘기를 듣다가 온다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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