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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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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기자 독자님!

등록 2015-05-19 17:36 수정 2020-05-03 04:28

울릉도에서 을 받아보는 독자는 어떤 분일까. 궁금증에 전화번호를 눌렀다. 임정은(45)씨와 전화 연결이 된 뒤 3가지 사실 때문에 놀랐다.

1. 그는 남자다. 고운 이름과 달리 묵직한 사나이의 목소리가 바다를 건너왔다.
2. 그는 기자다. 경북에서 발행되는 지역 매체 의 울릉도 주재기자다. 산채 농사와 겸업하고 있다.
3. 구독 신청한 뒤 아직 한 번도 을 받아보지 못했다(이 대목에서 가장 놀랐다^^;;).

임정은 제공

임정은 제공

-울릉도에선 언제부터 살았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까지, 나를 포함해 최소 4대가 울릉도에서 농사를 지었거나 짓고 있다. 대학과 군대 생활, 신혼 초기까지 9년간의 육지 생활을 제외하고 줄곧 울릉도에서 살고 있다.

-어떤 농사를 짓나.

부지깽이(섬쑥부쟁이)라는 나물을 재배한다.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농사를 시작하고 3년째부터 값이 많이 떨어졌다. 농사로만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 울릉도 전체 경기도 안 좋다. 울릉도에선 관광산업이 큰데 세월호 참사 이후 배 타는 걸 꺼리면서 단체관광객이나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시작한 ‘다른 일’이 기자 일이었나.

그렇다. 1년 조금 넘었다. 울릉도에선 10여 개 매체가 주재기자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자기 일을 가진 울릉도 현지 주민들이 겸업하는 형태다.

-기자로 일한 뒤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나.

지역 매체들의 경영 여건이 안 좋다. 나도 광고를 따야 하는 처지여서 여러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본업이 관청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을 경우 영향력을 갖기 위해 기자가 된 듯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가.

울릉도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관광지로서의 겉모습이 아니라 울릉도의 속 깊은 이야기를 써서 알리고 싶다. 울릉도를 찾은 사람들이 배 타고 버스 타고 한 바퀴 휭 돌고 가는 게 아니라, 울릉도의 진면목을 보고 몸과 마음에 담아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기자로서는 아직 배우는 단계다.

-을 구독하게 된 계기는.

기사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는 이미 구독하고 있었지만 다른 호흡과 작법의 기사를 읽으며 공부하고 싶었다. 안수찬 편집장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뒤부터 페이스북을 봐왔는데, 그의 ‘자발적 구독 강요’에 넘어간 측면도 있다. 구독 신청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첫 잡지가 도착하지 않았다.

-에서 어떤 기사를 보고 싶은가.

밝은 기사를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어두운 기사가 너무 많으면 나도 어두워지고 서글퍼진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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