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에는 저마다 각양각색의 프로필 사진이 있다. 자기 자신이나 연인, 가족 또는 반려동물의 사진 등 다양한 사진들로 저마다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사건이 일어나고 저마다 프로필 사진이 노란 물결을 이루듯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노란리본 캠페인으로 우리는 하나가 된 듯했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를 정도로 같은 프로필 사진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주일이 흐르자 절반은 일상으로 돌아간 듯 노란 프로필 사진은 점점 그렇게 사라져갔다.
이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다섯 달이 넘고 뉴스도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노란리본 프로필은 나를 포함해 3~4명이 전부다. 친구들이 물어본다. “칙칙하게, 프로필 사진 좀 바꿔!”라든가 “귀찮아서 아직도 그 사진이야?” “이제는 좀 바꾸지 그래?”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그들의 말이 맞다. 누구나 일상으로 돌아갈 자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마치 1인시위라도 하듯 노란리본 프로필 사진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 세월호 사건은 끝나지 않았고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진상 규명도 하지 않았고 세월호 사건은 현재진행형인데, 국민에게 서서히 잊히고 있다. 유가족들은 그것이 두렵다 했다. 거리로 직접 나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그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15년 전 씨랜드 화재사건 때도 그렇고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성수대교 붕괴 등 우리가 겪은 대형 참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참사 뒤 분노가 시작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 사이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망각의 힘이 커진다. 그러고는 호들갑 떨며 내놓던 안전대책은 슬그머니 어디론가 들어가버리고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매번 반복되는 참사에는 국민의 망각과 그것을 이용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있다. 나는 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프로필 사진을 바꿀 생각이 없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안전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 우리가 망각하지 않는다면 기적 아닌 기적은 일어날 것이다.
김소희 독자*‘레디 액션!’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소소한 제안을 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액션’을 원고지 6~7장 분량으로 써서 han21@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레디 액션!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승환, ‘구미 사태’ 후 공연 요청 줄이어…“7월까지 ‘헤븐’ 투어”
[단독]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단독] ‘총선 전 계엄’ 윤석열 발언 당일 신원식, 김용현 불러 대책 논의
‘내란 비선’ 노상원 수첩에 정치인·언론인 ‘사살’ 표현 있었다
‘윤석열 버티기’ 상관없이…헌재, 탄핵심판 준비 착착
대만 전자산업노조 “삼성 반도체 경쟁력 부족은 근로시간 아닌 기업무능 탓”
이승환 “‘정치 언행 않겠다’ 서약 거부, 구미 공연 취소 통보 진짜 이유”
[단독] 윤석열, 3월 말 “조만간 계엄”…국방장관·국정원장·경호처장에 밝혀
윤석열 쪽 “엄연한 대통령인데, 밀폐 공간에서 수사 받으라니”
[단독] “말 잘 듣는 장교들, 호남 빼고”…‘노상원 사조직’ 9월부터 포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