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정아
한 달 전쯤 사고가 났다. 대형 사고다. ‘언젠가는 일어날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일어날 줄 몰랐다. 몰랐다기보다는 귀찮아서 예방 조치를 게을리했다는 게 맞겠다. 바로 지난 10여 년 동안 모아놓은 디지털 사진 파일이 통째로 날아간 것이다. 사진 말고도 날아간 것은 많았다. 각종 문서와 프로그램 등…. 그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것이 사진이었다.
그 안의 것은 모든 게 특별하다. 특별한 주제가 있거나, 뛰어난 예술적 구도를 갖추고 있어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무엇인가를 먹고 마시고 놀 때의 사진이다. 거기에 왜 찍었는지 모를 아주 민망한 셀카 사진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특별하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라도 그 사진을 꺼내보며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가며 웃을 때도 있고 울 때도 있었다. 이제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됐다니! 혹시라도 되살릴 수 있을까 하고 서너 군데를 찾아갔지만, “이건 안 되겠는데요”라는 말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는가. 컴퓨터 청소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런 귀중한 자료를 넣어둔 내가 잘못이지….
그 뒤로 찍은 사진을 보관할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진다. 이중으로 보관한다. 컴퓨터 저장 외에 온라인 클라우드 저장소에도 복사본을 보관한다. 이중 보관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떠올랐다.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자! 디지털카메라로 찍기 전에는 찍기만 하면 사진을 인화해서 보관했다. 소중한 사진들은 앨범에 고이 간직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1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의 사진은 앨범 속에 보관돼 있으니까.
말이 쉽지 아주 귀찮은 일이다. 사진을 골라서 인화를 맡기고, 인화된 것을 다시 앨범에 넣는 과정은 그냥 디지털 파일로만 보관할 때와 견줘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간단하게 사진을 인화하고 앨범까지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3~4일이라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귀찮은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추억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옛 방식의 번거로움이 훨씬 견딜 만하다. 주변 친구들에게 앨범을 만들라고 충고 중이다. 너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치는 친구가 많다. ‘그래, 너도 한번 겪어봐야 이 충고를 떠올릴 거다’라고 지나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라도 나의 경험이 충분한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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