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화면 갈무리
길어봤자 2년이야. 몇 년 전 연말 시상식에서 유재석이 대상을 받았을 때, 친구가 한 말이다. 웬걸, 그는 매번 대상을 타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친구는 이제 그의 방송 수명을 두고 함부로 점치지 않는다. 그는 ‘유느님’이란 별명에 걸맞게 뿌리 깊은 나무처럼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나 역시 그를 좋아한다. 가끔씩 하는 성대모사나 몸개그가 여전히 웃기고 특히 안정된 진행 솜씨가 좋다. 깔깔거리는 사이 방송이 끝나면 정말 재밌었다는 감상 언저리에 유재석은 없고 의외의 웃음을 선사한 게스트들의 면면만이 기억에 남아, 있는 듯 없는 듯 프로그램을 살린 그의 능력에 뒤늦은 감탄을 한다. 나는 유재석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을까?
그는 의기소침한 게스트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 최근 근황을 물어 긴장감을 풀어주고 적극적인 경청과 웃음으로 자신감을 준다. 쭈뼛쭈뼛하던 게스트는 서서히 적응하다 탄력을 받고 숨겨뒀던 순발력과 재치로 마침내 예능프로를 살리는 일등공신으로 변신한다. 호의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그는 적절한 타이밍에 센스 있는 질문으로 출연자의 잠재된 ‘밝음’을 이끌어낸다. 그는 누군가 썰렁한 말을 해서 불편한 침묵이 흐를 때 생뚱한 말을 한 사람에게 방금 한 말을 되짚어주면서 설명을 덧붙이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어떤 이가 새로운 반응을 하게 되고 대화는 다시 활기를 띤다. 타인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출연자가 있으면 그때마다 ‘아~ 그런 말을 하시면~’ 하면서, 실수한 사람이 바로 인정하고 만회하도록 기회를 준다. ‘아차’ 싶은 사람이나 기분 나쁜 사람 모두 뒷맛이 개운치 않은 분위기는 어색할 수밖에 없고, 시청자도 그런 장면은 유쾌하지 않다. 유재석에게 초점을 맞추고 방송을 보다보면 그가 왜 배려의 아이콘인지 금방 수긍하게 된다.
다양한 모임이 있다. 친구, 동호회, 직장 동료, 가족 모임 등. 때때로 ‘유재석’은커녕 그가 커버해주는 경직된 사람이 되어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하며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을 때가 있다. 혹시나 오버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고, 괜히 말했다가 상대방의 지뢰를 건드리면 어쩌나 우물쭈물한다. 내가 너무 말이 없어서 좌중이 불편한 건가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차라리 이럴 때 유재석이 되어보면 어떨까. ‘나는 유능한 진행자’라는 자기최면을 걸어 구석에서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근황을 묻고, 썰렁한 말을 해놓고 속으로 곱씹으며 민망해하는 이에게 따뜻한 질문을 하자. 오가는 실수로 분위기가 냉랭하다면 흥미로운 화제를 던져보자. 유재석이 별거겠는가. 그럴 때 나도 유재석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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