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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최근 섹스는 언제였느냐고 묻지.”
결혼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곧잘 이렇게 중얼거린다. 잠깐 사이 질문한 상대방의 당황을 읽으며 약간 고소해하려면, 그 혼잣말을 아주 들릴 듯 말 듯 흘리는 요령이 중요하다. 초면의 자리이거나 여러 사람과 어울려 있을 때도 결혼에 대한 질문은 예외가 없다. 가장 많이 쓰이는 대답으로는 아마 애매모호하고 긍정도 부정도 아니면서 많은 상상과 다소곳함을 버무린 단어 ‘그냥’이겠다.
“네, 뭐 그냥.”
가끔 컨디션에 따라 듬뿍 성의를 담아 ‘어쩌다보니’를 붙여주는 성숙한 이들도 있다.
보통의 정도보다 더 깊은 관심이나 애정이 있어서도 아니고 아무리 따져봐도 그런 관계가 될 만한 개인적·공적인 가능성도 전혀 없는 이들조차 왜 이런 질문을 당연하게 하는 것일까. 꼭 필요한 정보도 아니고 시간 때우기용으로도 식상한 주제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혼잣말’이나 ‘그냥 어쩌다보니’ 선에서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의외로 많으시다. 재차 묻는다.
“결혼했어요?”
“아뇨.”
행여 까칠하거나 그럼 그렇지라고 비칠까 얼굴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훈련된 좔좔 미소와 함께 마지못한 짧은 답 드리지만, 다른 화제로 넘어가주는 센스를 모두가 지닌 것은 아니다. 질문 이어지기 일쑤다.
“왜 안 하셨어요?”
또 ‘그냥’이라고? 아니면 이것저것 붙여 설명에 들어가야 하나 답이 궁해진다. 이쯤이면 이미 피할 새 없이, 지은 죄 없이 항복해야 할 것 같은 코너에 몰린 기분 들기 마련이다.
얼마 전 송년 모임에서 한 친구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아예 돌싱이 속 편하겠어. 혼자 사는 이유를 대라고 하지는 않잖아.”
물음 끝에 그저 함께 웃으면 답하지 않아도 그만인 유쾌해지는 질문들을 생각해본다. 장년의 아저씨·아주머니에게 나이나 사는 형편에 관해 얘기하기보다는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어요?”라거나 중고딩 자녀를 두었거나 유부녀인 친구에게 성적이나 남편의 연봉이 아니라 “지금 사랑하는 사람 있니?”라고 물어보자. 잠시 어이없어 웃음을 짓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는 어느 쪽이어도 뻔한 질문보다는 좋다.
그리고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에게 예기치 않게 이런 질문 던져봐도 좋겠다. 그가 남녀노소 기혼이거나 미혼이어도 상관없다.
“왜 결혼하셨어요?”
아직 미혼이라고 손사래를 치거나 배우자를 사랑해서라는 진부한 답을 할까. 아니면 뜨악해하며 쉽게 대답을 찾지 못할까. 어떤 표정과 대답들이 돌아올까.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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