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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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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1-08 12:42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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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씨가 언젠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은 신문 기사를 읽은 뒤 내용을 한두 줄로 요약해 신문 여백에 써본다고 했다. 벌써 오래전이라 그가 아직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방송 게스트로 나와 촌철살인의 멘트를 기가 막히게 하는 그에게 누군가 비법을 물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아들을 대학에 보낸 지인에게 논술 준비를 위해 평소에 어떤 습관을 만들어주었는지 물었다. 그때 들었던 설명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신문 사설을 많이 읽히고 내용을 A4 절반에서 10줄로, 다시 5줄로 정리·요약하는 연습을 시켰단다. 논리정연한 말과 예리한 분석 및 서술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닌가보다. 많이 읽고 써보는 게 답이리라.

요즘은 인터넷만 열면 기사뿐 아니라 카페와 블로그의 글 등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그뿐인가, 카톡과 문자 등으로 ‘쓰는’ 일도 많아졌다. 산악동호회만 하더라도 등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산행 후기도 쓰고 댓글도 부지런히 달아야 활동 좀 하는 회원으로 인정받는다. 나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중학생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물론 전화 상담이 대부분이지만 때에 따라 사이트 내 ‘쪽지’ 기능을 통해 전자우편 형식의 글을 주고받고, 메신저로 상사와 소통하고 업무보고도 게시판을 이용해서 한다. 남편도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문장과 씨름할 때가 많다. 가만 보면 글은 우리 생활과 참으로 관계가 깊다.

글을 자주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말도 술술 나오는 이점이 있을 텐데, 따로 글쓰기를 연습할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잘 쓰려면 다작·다독·다상량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아도 실천이 어렵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인터넷 텍스트 바로 아래 ‘어서 키보드를 쳐주세요!’ 하고 하얀 입을 벌리고 있는 댓글칸을 이용해 ‘일부러’ 내용도 정리하고, 분석과 비평도 해보고 생각과 느낌을 글로 작성해보면 어떨까. 악플을 쓰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감정을 배제하고 내 뜻을 잘 전달하는 문장을 고민해보자. 하다보면 댓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더 집중해서 읽게 되리라. 언제부터인가 글을 읽기 싫어서 최다 추천 댓글로 내용을 대략 짐작하고 여론부터 파악해 내 생각을 거기에 짜맞추는 수순을 밟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나처럼 문학소녀 시절이 있었던 주부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 관련 기사 댓글칸에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구상해서 써보자. 누가 아는가! 내 상상력이 작가의 그것보다 더 기발하고 발칙할지. 그러다보면 공모전에 기웃거리게 되고, 뜻밖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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