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 기르고, 가르치기. 한 사회가 지속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당연히 정부가 공적 기능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할 정책 영역이다. 그런데 한국은 ‘낳고, 기르고, 가르치기’에 관한 한 중증 환자에 가깝다. 한국은 201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으리라 예상되는 아이)이 1.22명이다. 선진국그룹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유일한 ‘초저출산 사회’(합계출산율 1.3 이하)다.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기르고, 가르치기’가 워낙 부담스러워 ‘낳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고령화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나라에 속한다. ‘적게 낳고, 빠르게 늙어가는’ 인구 추세는 한국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2011년 6월 ‘반값 대학 등록금’ 문제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가르치기’(배우기)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대표 사례다. 1988년 9월 노태우 정부의 ‘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처’ 이후 매년 새 학기 초마다 반짝하다 반향 없이 가라앉아 ‘개나리투쟁’이라 폄하되던 예전의 등록금 투쟁과 양상이 다르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임계치에 다가서고 있음을 방증한다.
무엇이 왜 문제인가? 첫째, 너무 비싸다. OECD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교육일람 2010’(Education at a Glance 2010)을 보면, 한국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등록금이 미국을 제외하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비쌌다. OECD 회원국 평균 등록금은 연간 가계소득의 10% 안팎이다. 한국에선 상위 10% 가계만 연간 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이 7.4%로 이보다 나을 뿐, 나머지 90%는 OECD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둘째, 등록금의 거의 전부를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더 심각한 문제다. 대학 교육의 공공성 결여가 알짬이다. (대학 이상) 고등교육비 부담 주체를 보면, 한국은 공공 재원 23.1%, 민간 76.9%다. 공공 재원 부담률이 72.6%인 OECD 평균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한국 가계의 대학 등록금 부담률은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는 미국보다 높다.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의 2~3배나 올랐는데, 2001년과 2010년을 빼곤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사립대보다 높았다.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수익자부담 원칙과 시장 원리를 내세워 등록금 문제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등 국립대 법인화는 ‘사립대학화’의 다른 말이다. 대학생과 그 부모는 등록금 때문에 빚쟁이로 내몰린다.
셋째, 한국에서 대학은 수요탄력성이 없는 ‘상품’이다. 등록금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 대학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무리 후져도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이 넘쳐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10년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9%다. 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이다. 왜 이렇게 다들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적어도 두 측면이 중요하다. 첫째, 2008년 기준으로 고졸자 임금을 100이라 했을 때, 상대 임금을 보면 중졸은 69, 대졸 이상은 177이다. 반면에 OECD 평균은 중졸 78, 대졸 이상 164다. 요컨대 한국은 OECD 평균보다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훨씬 크다. 둘째, 지금 한국에선 대졸자가 아니면 사람 대접 받기도, 결혼 상대 구하기도 어렵다. 제도와 사회 인식 모두 비대졸자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하다. 사정이 이런데 누가 누구에게 ‘대학에 갈 필요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학생(대졸자)이든 아니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구직난과 빚에 치여 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이른바 ‘4포세대’로 시들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낳고, 기르고, 가르치기’는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다. 이 와중에 대통령께서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청년들을 질책하고, ‘애 많이 나으라’고 젊은 여성들을 독려한다.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한겨레21 편집장 이제훈 nomad@hani.co.kr
*참고 문헌: ‘Education at a Glance 2010’(OECD),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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