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종근 기자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까.
경북 구미에 물이 나오지 않은 게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요? 더군다나 준설 작업 때문이었다고요? 그런 서운한 말씀을요.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해오지 않았습니까. 인명사고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사고 당사자의 부주의라고 정리하지 않았습니까? 물은 종종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평소 가뭄에 단수 조처하는 도시도 꽤 있잖아요. 하필 그때 비가 많이 왔고 잠시 상수관이 파손됐을 뿐이잖아요. 그래요, 인분이 화장실에 쌓인 건 죄송합니다. 마실 물이 조금은 부족했을 겁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왜 우리만 갖고 그럽니까. 얼마 전 큰 비에 광주도 단수가 됐잖아요. 경기 여주도 가물막이랑 강둑이 유실된 거 아시면서. 지금은 모두 콸콸콸 잘 나오지 않습니까. 긍정적인 면도 좀 보세요. 비가 오면 좀 쓸려 내려가는 게 문제지만, 콘크리트를 착착 발라 오와 열을 맞춰 각 잡은 우리 강,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이번 사고를 해결하는 임기응변은 또 어떻습니까. 방파제에 쓰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좀 흉물스럽지만, 그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히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까.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나오지 않은 게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라고요? 더군다나 기강 해이라고요? 그런 서운한 말씀을요. 대통령 자리 비웠다고 땡땡이치는, 우리는 아마추어 아닙니다. 국무회의 7분 늦게 시작했다고 뭐 그리 난리입니까? 아침잠이 조금 많았을 뿐인데. 다 안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날 유난히 할 일이 많았단 말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대통령께서 특히 아끼시는 대통령 모교의 최고경영자 과정 조찬 특강에 참석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요.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몇 분과 조찬을 함께하는 것은 이 나라의 문화·체육을 위한 우국충정이라는 것 잘 아시지 않습니까. 참, 이런 말까지 드려야 하나요. 행정적으로 안전한지를 늘 걱정해온 그분은 교통체증을 몸소 체험하시느라 늦었을 뿐이란 말입니다(삼색 신호등 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긍정적인 면도 좀 보세요. 안 오신 일곱 분을 대신해 차관이 참석했습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화보집이라니요? 더군다나 현빈 화보집이라니요? 그런 서운한 말씀을요. 연평도 사건 이후 강한 해병대를 소개하려는 애국의 발로에 서 있는 한 갸륵한 출판사의 대의에 국방부가 통 크게 협조한 새내기 해병들의 사진집일 뿐인걸요. 해병대 1137기 훈련병의 훈련 과정을 기록해 진정한 해병의 탄생 과정을 담은 사진집이라고요. 하필 김태평이라는 이름을 가진 훈련병이 거기 있을 뿐이지요. 김태평이 현빈이라는 가명을 쓰는 건 알 바 아닙니다. 더군다나 현빈이 배우였다는 것도, 그가 인기가 있다는 것도 우리가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우리가 오라고 했습니까. 김태평의 자발적인 선택인 것 다 아시는 일 아닙니까.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화보집은 아닙니다. 화보집처럼 보이는 사진집일 뿐입니다. 긍정적인 면도 좀 보세요. 애국심으로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해병의 기백을 느끼게 하는 사진집입니다. 김흥국·이정의 후배 김태평이 있는 사진집입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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