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겨레 김봉규
일본의 쓰나미가 쓸어간 건 일본의 동북부 해안도시만이 아니다. “(소·돼지 사체) 핏물이 솟구쳐올라” “상수원 오염 우려” 등 핏대 올리는 격문으로 세상이 뒤집힐 듯하던 구제역 사태는 온데간데없다(매몰지 오염센서로 대비한다던 정부 정책은 거짓이었고, 장마만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진상조사단이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는 상하이 외교관 사건도 증발했다(인터넷에서는 여전히 그 얼굴들만 나돌 뿐 이후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사라졌다(원세훈 국정원장의 버티기는 성공할 듯하다). 대통령의 개신교 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사건이 불방되고 PD 물갈이 인사가 난 문화방송 사태도,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의 파업도, 삼성 백혈병 노동자 산재 재판도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알 수 없다(문화방송 시사교양국 PD들은 결국 제작 거부를 결의했고, 청소노동자의 파업은 시작됐으며, 지난 3월14일 산재 재판은 열렸다). 역시나 부동산 투기, 불법 증여, 아들 병역 기피 등으로 MB 정부의 주요 인사다운 연임 청문회를 거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미국에서 돌아온 에리카 김, 브라질에서 돌아온 한상률 전 국세청장, 중국에서 돌아온 김태호 (PD가 아니라) 전 경남지사…, 모두 휩쓸고 갔다.
쓰나미가 삼켜버린 건 고 장자연씨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나서서 “(장씨가 쓴 것으로 보도된) 편지는 가짜”라고 판명했다. SBS는 오보를 인정했다. 각 언론사는 사회면 기사로 처리했고, 방송도 한참 후순위로 보도됐다.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SBS 보도로 심기가 불편했을 가 나섰다. 지난 3월17일치 1면·12면·13면·사설까지 4개 면에 걸쳐 이 사건을 펼쳤다. “성접대·성상납을 받고 이들을 보호해주거나 편의를 봐준 부도덕한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밝혀내 단죄해야만 우리 사회는 더 투명한 사회, 도덕적으로 더 성숙한 사회로 나갈 길이 열린다. 장자연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편지 진위가 사안의 본질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옳은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인물이 누구냐를 밝혀낼 단서가 될 만한 “ 사주 일가가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대신 SBS를 준엄하게 꾸짖는 데 목청을 높였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언론의 상식” “가짜 편지를 빌미 삼아 이념적 편향으로 혹은 공격의 반사적 이익에 편승하려고” 등으로 열을 올렸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편지가 가짜로 밝혀진 지난 3월16일, 인터넷 언론매체 에 기자 한 명이 찾아왔다. SBS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던 기자를 찾았다. 기자는 기자에게 SBS 비판 기사의 제보자 연락처를 물었다. 기자는 취재하는 이유를 물었고 기자는 “(윗선의) 오더를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제보자의 연락처는 제공되지 않았다. 해당 기자들과 통화했다. 기자는 “(취재 의도와 관련된) 더 많은 내용이 있다”고 했다. 기자는 “사실관계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는 왜 하필 그 시점에 SBS 취재에 나섰을까? ‘를 공격해 반사적 이익에 편승’할 의도? 없다. 도 1등 주간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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