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출근길이 멀어 이틀에 한 번꼴로 택시를 타는 여성입니다. 벌써 5년째! 늘 보면 여성은 뒤에, 남성은 혼자 타도 늘 앞에 탑니다. 왜 그럴까요? 5년 궁금증을 제발 좀 풀어주세요!(대전에서 애독자)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가 지난 20일 낮 서울역 앞 택시 승차장에서 염천교 모퉁이를 돌아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A. 흔히 택시 앞·뒷자리의 선택은 안전을 계산한 남녀의 성별차에서 비롯됐을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택시는 자가용인가’란 질문에 맞닿는다는 게 어떤 대학에서 무엇이든학을 전공할 뻔한 본 기자의 결론입니다. 자가용이라고 본다면 대개 ‘뒷자리’에 타지 않겠지요.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의 뒷자리에 아들이 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장이나 사모님은 뒤에 탈 것입니다.
그런데 다들 그리 보나요. 택시는 버스보단 사적이고, 자가용보단 공적입니다. 버스에선 빈자리에 앉아 (뺏길까봐) 창밖만 보면 되는데, 택시는 좌석이 모두 빈데다 (때로) 창밖으로 담배도 피웁니다. 게다가 기사가 말을 겁니다.
수많은 택시가 “나는 네게 자가용인가”라고 질문하며 도심을 질주합니다. 그들만의 언어로는 “뛰뛰빵빵 뛰뛰빵빵~”. 이 지점에서 답을 구해봅니다.
저마다 ‘한 택시 탄다’는 기자들에게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여기자 셋, 남기자 일곱이 회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5년의 궁금증’은 일단 전제가 잘못됐습니다. 10명 가운데 8명이 뒷자리에 오릅니다. 여기자 셋에 남기자도 다섯이 포함됩니다. 남자만 따지면, 71%가 ‘뒤편’입니다.
이유를 보지요. ‘편안함’이 가장 흔합니다. “기사 아저씨랑 할 얘기가 없어 나란히 앉기 쑥스럽다”(yoon)거나 “가방을 무릎에 놓지 않아도 되고 운전기사의 질문을 못 들은 척할 수 있다”(nico)도 있습니다. 그래봐야 모두 “편안함을 누리려고 탔으므로”(ahn)로 수렴됩니다. 자가용으로 보진 않지만, 자가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명백히 ‘택시는 자가용이다’가 있습니다. “사장님 자리에 앉아야 돈 내고 서비스받는다는 느낌이…”(bhkim), “돈 내고 타는데 조수석은, 으흠”(nico)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니 사장님 입장에선 “서비스가 좋을 때 끝돈 300원까진 팁으로 쾌척하는데 400원부터가 고민”(bhkim)입니다.
“조수석에 못 타게 하는 나라가 있다. 운전기사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수석에 앉는 건 에티켓이 아니다”는 이들(syuk, ahn)도 있는데 ‘택시는 택시일 뿐’이란 입장인 듯합니다. 기사가 편해야 저도 안전하다는 얘깁니다.
실제 ‘안전’은 두 번째 큰 이유입니다. “충돌시 안전을 고려해서”(wjryu), “세상이 흉흉해서 뒷자리에 탄다”(wondoo1209·디자인팀)는 겁니다.
편안해도 안전하진 않지만, 안전해야 편합니다. “(뒷자리는) 시야가 막혀 답답하다”(kkt)거나 “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 앞자리에 타는 것과 같은 이유”(piao)로 앞에 탄다는 2명조차, 또 다른 편안을 좇습니다. “종교 설교 테이프를 안 끄면 바로 내려버린다”(wjryu)거나 “(보수 성향을 강요하는) 한나라당 당원 같은 운전사 만날까봐 타면 눈 감고 잔다”(ahn)는 이도 그렇고요.
물론 누구도 하나의 이유로 좌석을 택하진 않습니다. anyone은 “뒷자리가 안전하고 편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불편한 선택은 하나이겠습니다. 운전사 바로 뒷자리에 꾸역꾸역 앉는 겁니다. 다들 숨 막힙니다. “뛰뛰 빵빵 뛰뛰빵빵~.”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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