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봤습니다. 500원짜리 2개, 100원짜리 2개, 50원짜리가 1개 있군요. 이 중 발행연도가 가장 오래된 건 ‘1982’가 새겨진 100원짜리입니다. 가장 최근 연도가 적힌 건 ‘2005’가 표기된 500원짜리네요.
발행연도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 것도 보입니다. 1982년에 발행된 100원짜리는 동전 안에 구름 모양의 테두리가 그려져 있고, 숫자가 각지게 새겨져 있습니다. 2000년에 발행된 100원짜리는 구름 모양의 테두리가 없어졌습니다. 숫자는 부드럽게 둥글려지고 한국은행이란 글씨가 적혀 있네요. 발행연도가 있으니 디자인 변화 시점을 얼추 추측해보게 됩니다.
반면 지폐는 동전과 달리 발행연도가 없습니다. 화폐번호인 기번호만 적혀 있네요. 혹시 대학교 학번처럼 기번호의 앞자리가 발행연도 표시는 아닐까요? 한국조폐공사 공공사업단 화폐사업팀에 전화를 걸어 동전과 지폐의 발행연도 표기가 있고 없는 차이를 물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추성열 차장님, 잠시 당황하십니다. 확인 뒤 연락주신 답변은 이렇습니다. “동전과 지폐의 제조와 관리 차이 때문인 듯하다.”
설명은 이렇습니다. 동전은 강력한 힘을 가진 기계로 앞뒤 그림과 숫자를 한 번에 압인합니다. 반면 지폐는 9개의 공정을 거치며 만들어집니다. 45일 정도의 제조 기간이 필요합니다. 알파벳 3자리와 숫자 7자리로 만들어진 기번호의 조합으론 모두 100만 장 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폐의 기번호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복잡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위폐를 검출하고, 수사를 지원하며, 품질을 관리하고, 내부 부정행위(제조·유통 과정에서의 분실) 방지 등을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지폐는 발행연도를 따로 표시하지 않아도 기번호로 모두 관리되고 있어 지폐 발행 시점도 알 수 있답니다. 기번호로 관리가 되는데 굳이 발행연도를 따로 새길 필요가 없는 것이죠.
찢어지고 낡으면 환수해 폐기하는 지폐와 달리, 동전은 보관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시중에서 30년간 유통된 1970년대 발행 동전도 만날 수 있죠. 동전은 폐기를 위해 환수하지도 않고, 수급 상황에 따라 발행하기 때문에 매년 찍어내지도 않습니다. 동전에 발행연도가 전혀 찍히지 않는 해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어릴 적 친구들과 하던 놀이가 생각납니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발행연도로 찍힌 동전을 모으면 행운이 온다는 것인데요. 꽤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행운이 쉽게 오는 건 아니겠지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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