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얼음이랑 석유랑 같이 팔죠?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 문득 이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우산을 파는 아들과 짚신을 파는 아들을 둔 한 할머니는 하루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우산을 파는 아들이 걱정되고, 비가 오면 짚신을 파는 아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지나가던 나그네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할머니, 날씨가 좋으면 짚신 팔려서 좋고, 비가 오면 우산이 많이 팔려서 좋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이야기 속에 yamoo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입니다. 서울 반포동 조양얼음에서 일하는 전문숙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겨울에 얼음이 안 팔리니 석유를 파는 것이고, 여름에 석유가 안 팔리니 얼음을 파는 것이다.” 명쾌합니다. 석유나 얼음 모두 사계절 영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석유를 팔고 석유가 팔리지 않는 여름에는 얼음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게를 내면 1년 내내 임대료를 내야 하고 직원들 역시 철마다 매번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영업을 계속하려면 당연히 품목이 전혀 다르더라도 한 가지 품목의 영업이 뜸할 때 다른 품목을 취급해 간극을 메워야 합니다. 조양얼음의 매출을 놓고 보면 더욱 와닿습니다. 이 가게에서도 여름엔 주로 얼음이 팔리는데, 여름철 매출은 월 1천만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석유를 팔아 월매출 7천만~8천만원쯤 번다고 합니다. 하지만 봄·가을엔 월 매출이 100만~200만원에 그친다고 합니다.
여기에 석유와 얼음은 둘 다 생활필수품이면서 무겁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무거운 석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무거운 얼음도 잘 배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옛날엔 재래시장에선 양철 셔터에 붉은 글씨로 ‘어름’(얼음의 오자입니다)이라고 쓰인 가게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엔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얼음가게에서 주로 연탄을 팔았는데, 요즘엔 연탄을 파는 곳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결국 얼음과 석유를 함께 파는 집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주식이든 펀드든 하나에 몰빵하지 않는다는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자산투자를 한곳에 하기보다 분산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확보하는 수단인 셈입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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