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행위이며 잊으려는 마음과의 싸움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잊게 하려는 시도들을 극복할 때만 지킬 수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기억투쟁’이 시작된다. 과 , ‘세월호를기억하는시민네트워크’(네트워크)와 아름다운재단이 6월23일 기록수집 공동캠페인 ‘세월호 기억을 모읍시다’의 닻을 올린다. 캠페인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보다 더한 슬픔은 기억 속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어가는 것”이란 우려에서 준비됐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방법으로 시민들과 함께 기록을 수집하고 만들고 공유하자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 취지입니다. 시민들이 보유한 사고 초기에 관한 기록과 언론사가 생산·보유한 기록, 참사 안팎의 증언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통합해 진상 규명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려는 의지도 담고 있습니다.”
15개 분향소 찍은 시민·마임 퍼포먼스 사진…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의 설명이다. 캠페인은 흩어지는 세월호 기록을 한데 모으는 과정을 통해 참사로 찢기고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다. 희생자 가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 고잔1동에 ‘세월호기억저장소’를 만들어 수집·생산한 기록을 영구 보존하고, 전시 등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 공동체 부활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는 현지에 기억저장소와 거주 공간을 각각 얻어 설계를 진행 중이다. 건축가들이 재능기부로 공간을 꾸미되, 공간 활용 계획과 모양새 등은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결정할 방침이다.
네트워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과 전문가 및 단체들의 모임이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한국기록학회, 인간과기억아카이브, 명지대학원·부산대·한국외국어대·한남대·한신대 기록팀 등 기록 관련 단체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진보네트워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의 시민단체가 함께한다. 세월호와대한민국을위해행동하는사람들(세대행동)과 ‘침묵행동-가만히 있으라’ 등 참사 이후 결성된 시민 모임도 동참하고, 극단 새결과 극단 갯돌 등 문화예술 단체도 뜻을 모았다. 현재까지 26개 단체와 30여 명의 시민(개인 자격)이 힘을 보태고 있다.
기록물 수집은 희생자와 유족, 시민과 언론 등이 진상 규명과 보도, 자원봉사, 추모의식·추모활동 과정에서 생산한 결과물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네트워크는 6월20일까지 사진·이미지 800여 건, 동영상·음성파일 100여 건, 문서 기록(유인물·행사순서지·리플릿·언론사 취재수첩 등) 200여 건, 웹·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120여 건, 구술 30여 건, 박물류(노란리본·플래카드·손팻말·포스트잇 메시지·추모행사 물품 등) 15개 박스 등을 수집했다.
참사 기억하기 원하는 시민들 누구나한 시민은 사비를 털어 안산에서 전남 진도까지 15개 분향소를 들르며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응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기증했다. 목포의 극단 새결은 ‘세월호 희망나무 공연’을 마친 뒤 마임 퍼포먼스 사진을 보내왔다. 전북 완주문화원과 완주여성농민회는 완주군 내 시민분향소 추모기록 8박스를 맡겼고, 진도의 한 자원봉사자는 현장에서 피해 가족들을 도우며 느낀 마음의 기록을 기증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자신이 직접 동네 한켠에 설치한 간이 추모행사장에서 서명과 노란리본 및 메시지를 모아 네트워크에 전달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사진작가의 사진 작품과 국내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참사 의혹 규명 자료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기록을 모음으로써 참사를 기억하기 원하는 시민들은 누구나 온·오프라인 기증을 통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세월호기억넷’ 누리집(http://sewolho-archives.org)을 방문해 유형별(이미지·동영상·음성·스토리)로 기록을 올리거나, 디지털 기록이 아닐 경우 사무국(02-300-1845~1846)에 연락해 절차와 방식을 문의하면 된다.
과 는 다양한 기사와 기획을 통해 캠페인을 지원하는 한편, 네트워크가 축적·생산하는 의미 있는 자료를 독자·시민들과 나눌 계획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시민 모금을 통해 네트워크 활동의 토대를 놓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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