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넷의 ‘스트릿 월드 파이터: 디렉터스 워’에 출연한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베일리. 방송 갈무리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디렉터스 워’(스디파)는 이제 제목만으로도 피로감이 감지되는 지점에 왔다. 엔드게임 이후에도 게임이 무한히 지속하는 것만 같은 마블 세계관에서 ‘어벤저스’가 더이상 위대하게 느껴지지 않고 팬덤은 이탈한 것처럼 말이다.
스디파는 2021년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시작으로 지속된 시리즈의 속편인데, 최근 ‘케이(K)팝 솔로 아티스트 디렉’ 미션은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이 던진 승부수다. 댄서가 아닌 디렉터는 무엇을 해내야 하는가? 동작을 잘 소화하는 것과, 움직임의 의도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품·조명·의상을 결정하고 댄서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운용하는 건 다른 층위의 일이다. 특히 이 미션이 다인원 그룹의 군무가 아니라 춤에 특화된 솔로 아티스트 한 명을 돋보이게 하는 데 집중하면서, 디렉팅의 중요성은 한층 더 선명해진다. 출연진이 아티스트 개인을 얼마나 깊이 분석하고 이해하는지가 화면 곳곳에서 드러나고, 그 종착지는 결국 “아티스트의 마음에 들면 장땡”이라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목표에 닿는다.
이 지점에서 퍼포먼스 디렉터 ‘캐스퍼’의 이력은 특별한 무게를 가진다. 그는 2026년 태민의 코첼라 무대 전반을 디렉팅했으며, 국외 관객에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태민을 사실상 처음으로 각인시켜야 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번 미션이 요구하는 자격을 실전에서 이미 증명한 셈이다. 또한 캐스퍼는 첫 번째 아티스트인 ‘베일리’를 케이팝 신에 처음 소개한 댄서이며, 이 두 사람은 함께 샤이니의 ‘돈 콜 미’(Don’t call me) 안무 작업에 참여했다. 즉, 베일리는 댄서가 가수로부터 안무를 의뢰받았을 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같은 퍼포먼스 디렉터로서 (내 안무를 어떻게 짜야 할지에 대한) 디렉션을 주고 싶지 않다”며 안무가들에게 전권을 넘긴 베일리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이는 하향식으로 흘러가기 쉬운 케이팝 안무 제작 관행에 대한 은근한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대부분의 기획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곡을 놓고 복수의 댄서 크루에게 시안을 의뢰하고, 그중 좋은 부분을 취합해 최종 안무를 완성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많은 안무가가 “내가 짠 안무 중 어떤 부분이 선택됐는지는 그 가수의 뮤직비디오(MV)를 봐야 알 수 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한 팀이 한 아티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는 이번 미션 방식은 평소엔 허락되지 않는 온전한 권한을 안무가에게 쥐여준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기회다.

엠넷의 ‘스트릿 월드 파이터: 디렉터스 워’에 출연한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베일리. 방송 갈무리
한편 또 다른 아티스트인 엔시티(NCT) 태용은 이번 곡에 실존하지 않는 의성어 “와카왁”을 구간 반복으로 넣었고, 코러스에서는 명확히 챌린지 효과를 원한다는 요청을 공유했다. 모든 활동곡에는 반드시 15초 동안 춰야 할 포인트 안무가 심어지고 이를 숏폼에 최적화하는 공식이 반복되면서, 챌린지라는 장치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갈수록 옅어진다. 그럼에도 바다와 백구영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이들이 밀어붙이는 ‘딱밤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챌린지 신 안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한 방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셈이다. 동시대의 케이팝 아티스트는 관중에게 완성도 있게 선보이는 ‘무대’만큼이나 대중과의 일상적인 접점을 만들어내는 ‘숏폼’을 포기하지 못한다. 요즘 시대의 케이팝 안무가들은 이토록 어려운 과제를 해내고 있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 대통령, 강경파에 경고수위 높여도…김용민·혁신당 ‘재반박’

이수영, 아들 백혈병 투병에 라디오 잠정 하차…“건강히 다시 인사드릴 것”
![[인터뷰] 미 공화당 텃밭서 11년 버틴 한국계 정치인…이제 주지사 노린다 [인터뷰] 미 공화당 텃밭서 11년 버틴 한국계 정치인…이제 주지사 노린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5/53_17911918030017_20261005501861.jpg)
[인터뷰] 미 공화당 텃밭서 11년 버틴 한국계 정치인…이제 주지사 노린다
![[단독] 법무부, ‘세월호·MB 뇌물’ 등 디지털증거 폐기 논의…내란 사건도 대상 [단독] 법무부, ‘세월호·MB 뇌물’ 등 디지털증거 폐기 논의…내란 사건도 대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5/53_17911950843517_20261005502016.jpg)
[단독] 법무부, ‘세월호·MB 뇌물’ 등 디지털증거 폐기 논의…내란 사건도 대상

‘북한군 지뢰’ 매설 추정지 여럿…군 “모두 제거 원칙”
![한동훈은 팝니다 [그림판] 한동훈은 팝니다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5/53_17911946942296_20261005502012.jpg)
한동훈은 팝니다 [그림판]

이 대통령, 검찰개혁 ‘강경파’에 잇단 경고…“인사·수사 좌지우지 말라”
![[단독] 65살 이상 대상포진 10명 중 3명 재발…예방접종 지원은 제각각 [단독] 65살 이상 대상포진 10명 중 3명 재발…예방접종 지원은 제각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4/53_17910984864579_20261004501637.jpg)
[단독] 65살 이상 대상포진 10명 중 3명 재발…예방접종 지원은 제각각

‘초호화’ 반포 재건축에 아이스링크·워터파크…공공기여도 사유화 논란
![[단독] 전국 농지 28%는 ‘관외 거주자’ 소유…부산·인천·서울 순 비율 높아 [단독] 전국 농지 28%는 ‘관외 거주자’ 소유…부산·인천·서울 순 비율 높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5/53_17911849315851_20261005501541.jpg)
[단독] 전국 농지 28%는 ‘관외 거주자’ 소유…부산·인천·서울 순 비율 높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