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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쓰다가 숨진 교사,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등록 2026-04-23 20:47 수정 2026-04-28 13:19
서정균(71)씨.

서정균(71)씨.


과학고등학교 교사 서울(사망 당시 37살)씨의 죽음으로 3차원(3D) 프린터의 유해성이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수업과 연구를 위해 폐쇄된 공간에서 3D 프린터를 장시간 다뤘던 그는 2018년 3월 육종암(뼈·근육 등 골격을 형성하는 결합조직에 생기는 희귀암) 진단을 받았고, 2022년 7월 사망했다. 사인이 과도한 3D 프린터 사용이라고 의심한 아버지 서정균(71·사진)씨는 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인사혁신처 역시 2023년 4월 “3D 프린터를 교육에 활용해 유해 물질 등에 장기간 노출된 사실 정황을 인정하더라도, 육종암은 굉장히 희귀한 종양으로 현재까지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뒤 과학 교사 2명이 3D 프린터를 사용하다 육종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서정균씨는 2024년 6월 ‘인사혁신처의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2026년 3월 “육종암은 희귀질환으로 현재까지 구체적인 발병 원인이 의학적·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인사혁신처의 손을 들어줬다. 아들의 죽음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교내 3D 프린터의 사용 환경이 바뀌었고 유사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근 400㎞ 거리를 달려 청와대까지 간 서씨를 만났다.

―패소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승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3D 프린터를 학교에 도입할 당시 안전 조치는 제대로 해놓지 않고 사람이 죽으니, 거기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고 모른다고 한다. 사법부가 이 상황을 바로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3D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여러 논문에도 나와 있다. (육종암 발병과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밝혀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3월, 아들이 선물한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종주했다. 어떤 말을 하고 싶었나.

“아들 외에 과학 교사 2명도 3D 프린터를 사용하다 육종암에 걸렸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은 내게 ‘아드님은 순교자다. 만약 아드님의 죽음이 없었다면, (3D 프린터 사용) 환경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더라. 당시 3D 프린터 사용을 장려했던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돼 명예를 회복하고 싶고, 투병 중인 교사 두 분 역시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지원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두 교사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아직 판결이 안 나왔다.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많이 지치지만, 항소심에서 패할 경우 대법원까지 가려고 한다. 대법원은 (희귀질환과 업무 간 연관성이) 과학적·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더라도 재해로 인정하는 판례를 낸 적이 있다. 아들의 죽음 뒤 순직을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 일흔이 넘었다. 의식이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한다.”

―한겨레21에 바라는 게 있나.

“아들이 죽고 난 뒤 방송에서 여러 번 뉴스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되면 누군가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뉴스가 나오지 않고 아예 관심이 끊겼다. 당시 연락을 주고받았던 여러 언론사 기자 20명에게 얼마 전에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을 보내온 곳이 한겨레21뿐이었다.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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