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재료로, 외교를 무대로… ‘삼부 경제공동체’의 주가조작

주가조작은 99%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방법조차 잘 모르는 일이지만, 어떤 특수(!)한 사람들은 반복해서 저지르는 악질적인 범죄입니다. 범죄가 진행되는 단계에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이 너무 강렬하고 짜릿해서일까요. 주가조작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주가 조작범들의 양태는 한번 발을 들이면 아예 직업적으로, 더 잦은 주기로 점점 더 대담하게 범죄를 벌이는 듯했습니다.

주가조작의 동력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좋은 재료’와 ‘거래량’입니다. 호재라 불리는 좋은 재료란, 어떤 기업이 ‘특허를 출원했다’ ‘국외 물량을 따냈다’ ‘신기술을 개발했다’와 같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는 소식입니다. 주가조작에서 호재는 공공연히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조작되거나, ‘카더라’로 유통되거나, 알음알음 알 만한 사람들의 정보로 전파됩니다. 거래량은 주가가 오를 것을 알고 있는 ‘선수’들이 주가가 오르기 전 선행 매수해둔 물량을 호재 발생에 맞춰 시장에 내놓고 주고받으며 해당 기업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행위로 인해 발생합니다. 작은 스마트폰 창으로 주가를 확인하고 주식 거래를 하는 우리를 눈속임하는 신기루입니다.

근래 가장 유명한 주가조작 사건 세 가지를 꼽자면, ‘라임·옵티머스 주가조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그리고 ‘삼부토건 주가조작’일 것입니다. 라임·옵티머스 주가조작은 전형적인 거짓 호재 발생 사건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대단한 호재는 없었지만 내부 거래를 통해 시간차 차익을 일으켜 해먹은 구조입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은 두 가지 패턴이 합쳐져 있습니다. 라임·옵티머스 주가조작 세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과 인적 구성도 겹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료가 획기적입니다. 대통령이 좋은 재료로 등장합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이 있을 무렵 윤석열은 최소 네 차례 ‘우크라이나’ 관련 공적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오죽하면 실체도 없는 재건 사업을 위해 기업 간담회까지 직접 개최했을까요. 대통령을 재료로 주가조작이 실행된 최초의 사례, 그 범죄를 일으킨 자들은 권력이 호재를 창출해주니 얼마나 쉬웠을까요.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삼부토건의 전현직 대표와 임원 4명이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가조작은 특검이 지나갈 정거장일 뿐 목적지가 아닙니다. 이 수사의 경로는 대통령을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판을 짠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얼핏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엠비(MB·이명박)는 ‘다스’를 지분으로 지배했던 것이 아닙니다. 다스가 획기적으로 성장했던 배경, 별다른 기술 없이 안정적으로 대기업의 물량을 받아왔던 원천이 엠비의 지배에서 발생한 파생 효과입니다. 대통령을 재료로, 국제 외교를 무대로 벌어진 삼부토건의 주가조작에서 누가 대주주였는지는 부차적 문제일지 모릅니다. 특검 수사의 엔딩은 삼부토건의 진짜 주인을 찾아주는 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일찍이 특별검사 시절 윤석열은 권한이 없는 자가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이유로 ‘경제공동체’라는 독특한 구성을 관철했습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세력과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자꾸 경제공동체로 보이는 것은 그때의 기시감 때문일까요.

계속 삼부토건의 진짜 주인을 찾아보겠습니다.

김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