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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흔든 것, 선거판인가 용광로인가

등록 2025-05-08 23:35 수정 2025-05-12 16:02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이재명 전 대표로 확정(2025년 4월27일)한 주에 마감한 제1562호 표지이야기는 애초 조기 대선판의 ‘유력 후보’ 이재명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후보 주변의 인물들을 인터뷰해 그의 정치 역정, 그리고 ‘통합’을 내세워 진보부터 보수까지 녹여냈다는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소개하려 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025년 5월1일 대법원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언한 순간, 조기 대선판이 요동쳤다. 국민의힘은 환호했고 민주당은 “대법원의 선거 개입”이라고 분노했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재판이었다. 대법원은 4월22일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에 배당된 사건을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돌리고,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합의 기일을 이틀 간격으로 두 차례나 열어 심리한 뒤 8일 만에 최종 결론을 내렸다. 심리에 관여한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파기환송 의견을 냈고, 2명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오경미·이흥구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내세워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라며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 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뒤 서울고법이 첫 공판을 5월15일로 잡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5월11일 대통령 후보 등록 이후에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될 터인데 제1야당의 후보는 법정을 오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5월7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도대체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냐”라는 글을 올렸고, 노행남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도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하여 자신의 입맛대로 특정인을 기소하면 법원은 거기에 따라야 하냐”라고 물었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5월7일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인 6월18일 오전 10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불과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 사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출마를 선언했다가 ‘단일화 못하면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결 직후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선 온갖 상상과 기대를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이내믹 코리아’에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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