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으면 우산을 쓸 수 없게 된 경험을 기반으로 송지은씨 부부가 ‘연결된 우비’를 입고 찍은 창작 사진. 라움콘, ‘1+1=1.5’, 2023.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뒤 쏟아진 뉴스에서 스치듯 알려진 제도가 있다. 법원 판결이나 결정을 집행하는 집행관이 소장이나 결정문 같은 문서를 피고인 등에게 직접 전달하는 ‘집행관 송달’ 제도다. 피고인 등이 고의로 우편물을 받지 않거나 주소가 불확실할 때 이용하는 제도인데, 이번 사건에선 파기환송심을 맡게 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직접 집행관에게 송달을 맡겼다고 한다.
그러자 소셜미디어 스레드의 한 이용자(@heoaleun)가 이런 글을 올렸다. “‘집행관 송달’이라는 것이 법원 직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그렇다면 그동안(그리고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사기 가해자들의 송달 회피 문제도 법원이 해결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할 때 피의자들이 송달을 회피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그사이에 목숨을 잃는 피해자까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한 글이다. 조희대 대법원의 졸속 재판이 야기한 사법개혁 담론에서 사법 제도의 근원적 존재 이유를 묻는 이런 지적은 결코 사소한 일로 치부되어선 안 된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당내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강권하는 당 지도부에 반발하며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두 후보가 정치 노선이나 정책 차이를 두고 경쟁하는 거라면 의미라도 있지만, ‘윤석열 내란’ 이후 내란을 두둔해온 김 후보나 ‘내란 우두머리의 총리’직을 충실히 수행한 한 후보나 주권자들의 시선에선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니 이번 자중지란은 ‘대선 승리 경쟁’이라는 껍데기로 포장된 ‘당내 권력 다툼’에 불과하다.
이런 뉴스에 가려 정작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은 뒤 주권자들, 특히 가장 낮은 곳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대선은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잡는 사람이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만 조명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대선은 시민의 대의자를 뽑는 정치 과정이 아니라 시민의 정치적 소외를 야기하는 게임일 뿐이다. 게임이 된 선거에서 시민은 원하는 정책 의제를 대선 후보에게 제안하고 이를 실현할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주권자가 아니라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는지 구경하는 관전자 혹은 팬덤으로 전락한다.
한겨레21이 이번호 표지이야기에서 치매 어머니, 정신질환자 동생, 장애인 남편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이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들의 돌봄 경험에서 길어올린 정책을 의제로 제시하는 까닭이다. 이들은 돌봄을 국가 책임이 아니라 개인 또는 가족의 일로 미루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돌봄의 대상이 되는 환자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사람의 권리와 지원도 함께 보장하는 ‘가족 통합 지원’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복지 서비스 수혜자를 직접 찾아가는 게 아니라 대상자가 정부 기관을 찾아가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 복지 신청주의도 여전한 문제로 꼽혔다.
이들의 목소리가 대선 후보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대선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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