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24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 용산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정말 밥만 잘 먹었다. 이번 만찬이 드러낸 유일한 진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밥 한번 하기 정말 어려운 사이라는 점뿐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말도 탈도 많았다. ‘독대’ 요청이 시발점이었다. 원래 한 뿌리에서 온 이들인데 독대를 이해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한 대표는 단둘이 만나 ‘어떤 일’을 의논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발끈했다. 대통령이 이해한 독대는 ‘벼슬아치가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는 일’이었는지, 대놓고 언론플레이부터 하느냐고 맞섰다.
한 대표가 의논하려던 ‘어떤 일’은 무엇이었을까. ‘김·의·민’에 관한 것이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고 민생 현안에 당정(이라고 쓰고 특히 본인)이 유능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독대는 국정감사 시즌이라 국회의 시간이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원외 당대표가 자기 존재감을 세울 절호의 이벤트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 독대 제의를 차단하기 위해 만찬 자리를 아예 상견례로 규정했다. 상견례라면 응당 상호 간의 발언 교환이 있어야 할 텐데, 본인이 모두발언을 하고는 한 대표에게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행여나, 당정 지도부 3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김, 의정 갈등의 의’라도 입 밖으로 내뱉을까봐 원천 차단해버린 꼴이었다.
대화 단절의 시간을 채운 건 체코에 다녀온 윤 대통령의 일방 훈시였다. 체코 원전 수주 무용담, 원전 생태계에 대한 장광설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 사람만 떠드는, 엠제트(MZ)세대가 제일 싫어하는 ‘꼰대 회식’이었던 셈이다. 만찬에 참석했던 김종혁 최고위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에게 말을 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은 “무슨 얘기 할지 다 안다, 좀 버겁다, 껄끄럽다”는 입장 같았다고 전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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