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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대파’로 여당이 ‘대파’될 것인가

‘여소야대’되면 정국 교착될까, ‘비상한 상황’ 벌어질까…22대 총선 관전 포인트
등록 2024-04-05 21:07 수정 2024-04-08 07:47
2024년 3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양재하나로마트에서 한 단에 875원으로 극히 저렴한 대파를 두고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가 시민들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일보 서재훈

2024년 3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양재하나로마트에서 한 단에 875원으로 극히 저렴한 대파를 두고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가 시민들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일보 서재훈


2024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에 닥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11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총선은 말 그대로 ‘중간평가 선거’ 성격이 강하다.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에 대해 심판하겠다는 여론이 강한 상황이다. 문화방송(MBC)과 코리아리서치의 3월25~28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시민의 60%가 ‘정부 견제’, 35%가 ‘정부 지원’을 지지했다. 윤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도 67%의 시민이 ‘잘못하고 있다’, 31%가 ‘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강력한 정부 심판 흐름을 확인한 윤 정부는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생활물가를 잡겠다며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업 중인 전공의들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흐름을 탄 조국혁신당 등 야당에선 ‘윤 정권 조기 종식’, ‘윤 대통령 퇴진’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정치학자와 정치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9명에게 이번 총선거의 결과와 그 뒤 정치 전망을 물었다.

 

1. 누가, 얼마나 이기나?

9명의 전문가 모두가 야권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정치학)와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020년 총선과 비슷한 야권 180석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총선에서 여권이던 더불어민주당은 180석, 열린민주당은 3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03석이었다. 이관후 교수는 “막판 변수는 투표율인데, 어느 세대가 더 많이 나오느냐가 이번 선거의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180석 이상~200석 미만을 예상한 전문가는 3명이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야권이 190석,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190~200석 미만,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180~200석 미만을 예상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 빼고 거의 모든 정당이 정권 심판을 들고나왔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까지 포함해 야권 전체로는 190석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야권이 대통령 탄핵과 개헌이 가능한 200석 이상을 얻으리라고 예상했다. “지난 총선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계열이 무소속 포함해 89석 정도 얻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과 수도권에서 의석을 더 잃을 것이고, 비례대표도 조금 줄어들 것이다. 100석 미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의석 숫자가 팽팽하리라는 예상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민주당 140석 이상, 여권 130석 이상, 다른 정당 20석 이상을 예상했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샤이 보수(드러내지 않는 보수)가 있다. 이들이 나온다면 야권이 크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 단독으로는 과반수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야권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MBC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를 총선거 홈페이지 ‘여론 엠’에서 공개하고 있다. 2024년 4월4일 오전 9시까지 645개의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54개 지역 선거구 가운데 우세 지역은 민주당 49곳, 국민의힘 7곳, 새로운미래 1곳, 무소속 1곳이었다. 경합 지역구는 27개였다. 나머지 지역구들은 여론조사가 3회 미만이어서 우세나 경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2. 총선 뒤 정치 상황은 어떻게 될까?

야권이 2020년 총선 수준으로 다시 이긴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 상황이 앞으로 3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권을 가진 윤 대통령과 입법권을 가진 야당이 어느 쪽도 결정적 권한을 갖지 못해 교착상태가 지속하리라는 예상이다.

이준한 교수는 “현재의 갈등적 상황이 지속되거나 더 나빠질 것이다. 새로 국회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나은 정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야당이 180석 안팎이라면 윤 대통령은 국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국회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개혁 입법을 할 수 없어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착상태를 완화하려면 총선 뒤 윤 대통령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윤희웅 센터장은 “여당이 다시 패배한다면 국정 기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권 안에서도 권력관계가 달라져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 성향상 쉽지 않지만, 기조를 바꿔야 남은 기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이 200석 이상의 대승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 서복경 대표는 총선 뒤 비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뒤 여당에서 책임론이 나올 텐데, 아마 윤 대통령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때면 검찰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탄핵이나 개헌 상황이 돼도 윤 대통령은 타협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결국 ‘난리’가 날 것이다.”

 

2024년 3월21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총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조국당은 민주당의 공천 잡음으로 약해졌던 윤석열 정부 심판 분위기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2024년 3월21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총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조국당은 민주당의 공천 잡음으로 약해졌던 윤석열 정부 심판 분위기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3. 격전지 부산·경남·울산의 결과는?

다수의 전문가는 지난번 미래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33석, 민주당이 7석을 차지한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등 야권이 10석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론 엠’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부산에선 사하갑, 북갑, 수영에서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고, 민주당 현역의원이 출마한 남, 윤 대통령의 측근인 주진우 후보가 나선 해운대갑, 진보당 노정현 야권 단일 후보가 출마한 연제 등 지역구에서 야권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김해갑, 김해을, 양산을 등 민주당 현역의원 지역구 외에도 창원성산, 창원진해, 거제 등에서 야권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동 지역구와 진보당 윤종오 야권 단일 후보가 출마한 북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부·울·경은 국민의힘이 30석 이하가 되고, 민주당 등 야권은 10석을 넘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선 정권 심판론 외에 엑스포 유치 실패, 윤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말했다.

 

4. 조국혁신당은 10석 넘길까?

대부분 전문가가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비례대표 1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여론 엠’이 집계한 3월14일 이후 모든 여론조사에서 조국당은 24.6~26.7%의 고른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 이 지지율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단순 환산하면 11~12석 정도가 된다. 그런데 무응답자와 3% 미만 정당을 빼면 15석 안팎까지 올라간다. 조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에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위성정당)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거 막판에 터진 비례 1번 박은정 후보 남편의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 논란이 조국당엔 악재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여당으로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야권 전체가 200석이 되고, 조국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이다. 조국당이 강력한 캐스팅보터가 돼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작은 정당들인 진보당이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등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 물론 조국 대표의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 당의 상존하는 리스크다.

 

5. 녹색정의당은 살아남을까?

대부분 전문가는 녹색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0~1석의 의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론 엠’이 집계한 2월 이후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정의당은 0.4~4.2%를 기록했다. 이것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단순 환산하면 0~2석이다. 그러나 3%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의석을 한 석도 받지 못한다. 또 지역구에선 고양갑의 심상정 의원이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모두 3위를 기록했다. 2004년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 이후 20년 동안 원내 정당이었던 정의당이 원내-원외의 갈림길에 섰다.

윤태곤 다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연동형 선거법 개정 뒤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았고, 윤석열 정부에선 정책 경쟁이 없어 색깔을 드러낼 수 없었다. 정치 상황상 정의당이 설 자리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이 1~2석을 얻어 국회에 들어가더라도 민주당과 국힘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과거 위상은 갖기 어렵다.

 

2024년 3월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83차 촛불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파를 들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3월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83차 촛불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파를 들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6.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살아남을까?

개혁신당은 ‘여론 엠’이 집계한 여론조사에서 3월 이후 2.8~6.7%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 이 지지율은 비례의석으로 단순 환산하면 0~3석에 해당해 원내 진입 가능성이 있다. 지역구에선 화성을에 출마한 이준석 대표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공영운 후보의 주택 증여 논란과 후보 단일화가 막판 변수다.

새로운미래는 ‘여론 엠’이 집계한 3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1.9~3.9%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 환산하면 비례의석 0~2석에 해당한다. 지역구에선 민주당의 후보 취소로 기회를 얻은 김종민 의원이 세종갑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20% 미만의 지지율을 보여 당선이 어려워 보인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들이 양당 심판보단 권력 가진 윤 대통령 심판으로 갔다. 민주당에 대한 심판은 먹히지 않았다.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는 큰 흐름을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관후 교수는 “현재 지지율로 보면 이준석 대표는 총선 뒤에도 어느 정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고, 이낙연 대표는 정치적으로 거의 끝날 것 같다. 김종민 의원이 당선된다면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 이번 총선의 열쇳말은?

이관후 교수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제시한 정권 심판의 근거인 ‘대파’라고 말했다. 서복경 대표는 유권자들이 윤 정부에 화난 정도를 잘 보여줄 ‘투표율’을 꼽았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심판과 복수’를 꼽으며 적대적 공생관계가 더 극단으로 갈까 걱정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누가 정권 심판을 더 잘할까를 두고 벌어진 ‘정권 심판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는 민주당이 잘 해내지 못하고 조국당이 해낸 ‘중간평가’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양당 간 극단적 대립이 사라지고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길 바랐다. 윤태곤 실장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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