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주째,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그가 대통령일 때도, 대선 후보일 때도, 검찰총장일 때도, 특검 검사일 때도, 수사를 하다가 쫓겨났을 때도 그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최근 10여 년간 그는 여러 얼굴로 등장한 한국 언론의 중요한 취재 대상이었습니다. 그의 행적은 민주화 이후 가장 권력화된 집단인 검찰 조직의 흥망성쇠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때, 권력과 맞서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던 조선 제일의 검사에서 그는 왜 ‘망상 유니버스’를 견인하는 ‘한남동 카르텔’의 우두머리가 된 걸까요.
윤석열이 체포된 이후 공개된 장문의 육필 원고를 읽으며 요새화된 관저에서 태연히 산책을 하고, 정당한 법 집행에도 자신의 체포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솔직한 내면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내 편과 그 바깥으로 나눕니다. 그에게 지구의 국가들은 내 편인 ‘자유민주 진영’과 그 바깥의 적들, 두 가지뿐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외교 노선은 우직하게 이 길을 따랐습니다.
윤석열에게 특히 중국은 적입니다. 그가 보기에 중국은 당장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뿐, 다양한 침략의 야욕을 숨기지 않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보기에 놀랍게도, 더불어민주당이 중국을 따릅니다. 중국이 저지른 일을 감시하고, 중국의 행태를 저지할 예산을 삭감하고, 중국이 적이라고 말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검사 시절 같으면 민주당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거나 영장을 치면 되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자꾸 자유민주 진영을 대변하는 자신을 공격하고, ‘나보다 더 나’라고 할 부인에 대해서도 자꾸 특검을 하자고 합니다.
‘나의 적인 민주당 세력이 어떻게 의회의 제1당이 되어 다수결의 폭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됐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니, 2024년 총선 결과가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자유민주 진영을 대변하는 내가 질 수가 없었는데…, 옳거니, 서버 비밀번호부터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뭔가 중국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이 알고리즘을 유영하다 윤석열은 끝내 비상한 생각을 해냅니다. 민주당이 총선을 이긴 이유가 중국이었다, 부정선거였다. 선관위를 들여다보니 중국과의 연관성이 상당하구나, 이것은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구나. 나는 이걸 깨달았는데, 세상이 이걸 모르는구나, 당최 알아주지 않는구나. 망국적 위기가 된 대한민국의 운영체계를 지켜낼 유일한 책무가 바로 나에게,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구나.
윤석열의 손으로 눌러쓴 마지막 글은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왜 투표 부정이고, 투표 부정은 어떻게 전시에 준하는 사변이자 국가비상사태가 되는 것인지에 관한 ‘윤석열적 인식’을 가장 투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읽히지가 않던 그의 글을 꾹 참고 몇 번이나 읽곤 조금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토록 투명한 내면의 소유자를 그토록 복잡하게 오해해왔단 말인가. 안녕, 한때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름이었던, 이제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반역자, 얼간이로 기억될 이름이여.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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