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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은 어떻게 끝날까

등록 2025-03-21 22:29 수정 2025-03-28 11:20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일방적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여 만에 중요한 고빗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일시 휴전에 합의했고, 러시아가 이를 부분 수용했습니다. ‘끝의 시작’은 분명한데, 그 끝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첫 통화를 한 건 2025년 2월12일입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방안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같은 날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4불가론’을 내놨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이 밝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불가 △미군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 불가 △우크라이나 2014년(러시아의 크림반도·돈바스 지역 장악) 이전 영토 수복 불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권에 나토 헌장 5조(집단방위) 적용 불가 등은 그간 러시아 쪽이 주장한 내용과 일치합니다.

2월18일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러 협상단이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쪽은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2월28일 ‘백악관 말싸움’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공급과 정보공유를 중단한 미국은 3월11일 뒤늦게 우크라이나 쪽과 직접 협상에 나섰습니다. 협상에 앞서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2014년 이전의 영토를 수복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양보’를 종용했습니다.

애초 우크라이나 쪽은 공중·해상 적대행위 중단, 장거리 무인기와 탄도미사일 공격 중단 등을 제안했습니다. 미국 쪽은 30일간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 쪽은 차일피일 답을 피했습니다. 침묵하던 푸틴 대통령은 3월13일 기자회견 열어 휴전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휴전의 목적이 무엇인지, 휴전 기간에 뭘 할 건지, 휴전 체제를 유지 관리할 주체는 누구인지, 휴전 합의 위반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인지” 등 온갖 의문을 쏟아냈습니다. 이 같은 의문이 충분히 해소돼야 휴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내용을 사실상 거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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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다시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30일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에너지·인프라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자는 새로운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원치 않는 휴전엔 합의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준 셈입니다.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쪽은 따로 낸 자료에서 “갈등 증폭을 막고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한 사태 해결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와 정보공유 중단을 내세웠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3월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협상을 재개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동의할 만한 휴전 방안이 나올까요? 낙관은 못하겠습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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