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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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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정부에 검찰 출신 136명 들어갔다

‘개혁 대상’ 검찰권은 강화하고 다른 부처는 위축 ‘우려’
“독재 시절 군인들이 하던 일…다양한 분야서 인재 찾아야”
등록 2023-03-17 13:05 수정 2023-03-22 00:46
윤석열 정부엔 검사 117명 등 136명의 검찰 출신 인사가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검사 출신의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과 역시 검사 출신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의 지명을 발표하는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엔 검사 117명 등 136명의 검찰 출신 인사가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검사 출신의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과 역시 검사 출신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의 지명을 발표하는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에 검사나 검찰 수사관 등 전·현직 검찰공무원이 136명이나 들어가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검사는 117명, 전·현직 검찰공무원은 19명이다. 이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맡은 역할을 분류해보면, 선출직과 임명직 공무원이 24명, 법무부 외 국가기관 파견이 57명, 법무부 파견이 55명이다. ‘검찰공화국’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장관 4명, 차관급 9명, 대통령실 7명

최근 <한겨레21>이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22년 5월10일부터 2023년 3월16일까지 윤석열 행정부에는 대통령을 포함해 24명의 검찰 출신 인사가 선출·임명됐고, 이 가운데 22명이 현직에 남아 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 4명이 검사 출신이다. 장관급으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있다. 이 가운데 한동훈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리고 권영세·한동훈·원희룡 세 장관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차관급에는 검사 출신이 9명 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한석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이완규·석동현은 윤 대통령의 친구이고, 박성근·이노공·이복현·김남우 등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후배다.

대통령실 비서관급에도 7명의 검찰 출신이 있다.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 4명이 검사 출신이다. 이 가운데 이원모 비서관은 월성원전 수사의 담당 검사였고, 이시원 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으며, 주진우 비서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월성원전 수사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정치적 수사라는 논란이 있었고, 서울시 공무원 사건은 잘못된 검찰 수사의 대표 사례였다. 또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3명은 비검사 검찰공무원 출신이다. 특히 대통령실 비서관급 7명은 모두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후배다. 이 밖에 박경오 서울대병원 감사가 비검사 검찰공무원 출신이다.

검사 출신으로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됐다가 그만둔 사람은 2명이다. 차관급의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4개월 정도 일했고, 1급의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임명된 직후 사퇴했다. 이 두 사람도 윤 대통령의 가까운 검찰 후배들이다.

정무직은 대통령과 가까운 후배들이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믿고 쓰는 사람은 주로 가까운 검찰 후배들이다. 대통령은 다양한 정치·행정 업무를 해야 하는데, 검사의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검사는 형벌권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사람이고, 다양한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 다양한 인재를 써야 검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를 탈검찰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선 민정수석이 모두 검사 출신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선 검사 출신 민정수석은 전체 6명 가운데 1명뿐이었다. 과거 정부에선 민정수석에 검사를 임명해 검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에 잦았던 검사의 청와대 파견도 금지했다. 앞서 2017년 3월 문재인 정부 집권 직전에 검찰청법이 개정돼 △현직 검사의 파견 금지 △검사 퇴임 뒤 1년 동안 청와대 임용 금지 △청와대 퇴직 뒤 2년 동안 검사 임용 금지 조항이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법에 따라 현직 검사를 청와대에 기용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장동엽 간사는 “수사, 기소 기관인 검찰청 출신이 청와대와 행정부 고위직에 많은 것은 정부의 의사결정을 한쪽으로 몰아갈 수 있다. 특히 검찰은 오랫동안 개혁 대상이었는데, 이런 인사는 검찰의 힘을 더 강화할 것이다. 정부 안에서 최소한의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다. 검사의 중용이나 파견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를 다른 기관에 대거 파견하는 문제도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21>이 법무부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법무부 외 다른 기관으로 파견된 검사 수는 2023년 3월16일 기준 52명이었다. 검사가 아닌 검찰공무원도 5명이 파견됐다. 또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는 45명, 비검사 검찰공무원은 10명이었다.

2014년 이후 검사의 다른 기관 파견 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63명, 2015~2016년 68명으로 매우 많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줄어 2017년 62명, 2018~2019년 58명, 2020~2021년 46명으로 내려갔다. 다시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2년 49명으로 늘어나 현재는 52명이다.

검사가 파견된 기관별로 보면, 행정부는 물론이고 국회(1명)와 헌법재판소(4명) 등 입법부, 사법부까지 포함한다. 행정부에선 외교부가 13명으로 가장 많다. 외교부는 본부(1명)보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한국 공관(7명)에 나간 경우가 많다. 유엔, 세계지식재산기구, 유엔마약범죄사무소, 국제개발은행 등 국제기구(5명)에도 검사가 파견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힘 있는 기관에서 외국 파견을 ‘꿀보직’으로 여겨 많이 나간다.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위한 파견 필요성은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나간 것은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들이 많이 파견된 정부 기관 중엔 국가정보원이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 이정아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들이 많이 파견된 정부 기관 중엔 국가정보원이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 이정아 기자

‘꿀보직’ 외국 파견 가장 많아

외교부 다음으로 많은 검사가 파견된 분야는 금융이다. 금융위원회(6명)의 금융정보분석원과 자본시장조사단은 물론이고, 이복현 검사가 원장으로 있는 금융감독원(2명), 예금보험공사(2명), 한국거래소(1명) 등에 나가 있다. 금융 분야는 아니지만, 시장과 기업에서의 불공정행위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2명)에도 파견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의 금융정보분석원 같은 곳은 민간 금융거래를 대부분 파악할 수 있고, 수사의 단서도 잡을 수 있다. 그 길목을 검사가 쥔 것이다. 해당 기관에 도움을 주기보단 정보 수집과 감시 기능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많이 파견된 기관은 국가정보원(5명)이다.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2024년부터 경찰에 이관된다. 업무 관련성이 크지 않은데, 많이 나가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보면, 검찰(수사·기소)과 국정원(정보)이 결합되면 어떤 문제를 낳는지 알 수 있다. 국정원으로 파견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검찰 업무와 관련이 깊은 법률형사 분야에도 검사 4명이 있고, 감사원(1명)에도 나가 있다. 그 밖의 행정부처 중 국무조정실(2명), 교육부(이하 모두 1명),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서울시 등에 파견됐다. 이 중 국무조정실이나 교육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서울시 등은 업무 관련성이 거의 없는 곳이다. 검사가 아닌 검찰공무원도 대통령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외교부, 방위사업청 등 5개 국가기관에 1명씩 파견됐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검사는 수사·기소 전문가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다른 부처로 가도 전문성이 없어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 해당 부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 부처에서 필요한 법조 인력을 직접 채용해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검사의 파견을 통제하는 ‘검사파견심사위원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6월 폐지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19년 10월 설치된 이 위원회는 지나치게 많은 검사 파견을 제한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파견심사위를 폐지하면 그 파견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장관이 독점하게 된다. 검찰권 오남용을 막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려면 검사 파견의 기준과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견 심사 폐지하고 검사 220명 늘려

법무부는 다른 기관에 검사를 다수 파견하는 동시에 검사 증원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12월 법무부는 검사 인력이 부족하다며 ‘검사정원법’을 개정해 앞으로 5년 동안 검사 22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사 정원은 2292명이니 2027년엔 2512명이 된다. 2023년 3월15일 기준으로 외부에 파견된 검사 수는 법무부 외 기관 52명, 법무부 45명 등 97명에 이른다. 다른 기관으로의 검사 파견에 대해 법무부는 “파견받는 기관의 요청에 따라 법률 자문, 기관 간 협력 등 파견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전문성과 역량 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검사를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변호사는 “검사 출신 대통령이 정부를 장악하기 위해 가까운 검사들을 요직에 쓰고 파견을 보낸다. 이것은 군사독재 시절에 군인들이 하던 일이다. 정부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관료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사 독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참고 문헌: 
참여연대, 문재인 정부 5년 검찰 보고서 종합판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공화국',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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