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의석수는 11년째 300석을 유지 중이다.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 탄생한 제13대 국회 때보다 고작 1석 늘어난 수치다. ‘의원 정수’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데,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리고 의회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선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 의원수를 늘리려면 당장 정치와 국회를 향한 혐오와 불신의 벽을 넘어야 한다. 앞서 제20대, 제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의원수 확대’가 언급됐지만 “국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논의되던 2019년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만 270석을 만들어 의석 총수를 10% 줄이는 안’이 찬성 비율이 가장 높았다(찬성 60%, 반대 25%). 가장 반대가 많았던 안은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의석 총수를 확대하는 안’(찬성 17%, 반대 72%)이었다. 한국갤럽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좋게 보는 사람들도 의석 총수 확대에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하지만 늘어난 인구수, 확대된 행정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의원수(300명)로는 오히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펴낸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와 대안의 모색’ 보고서에서 “의원수는 총인구가 2천만 명 수준이던 제4대 국회 당시 233명인데 인구가 5200만 명에 육박하는 현재 300명에 머물고 있다.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 명을 넘는다”며 “OECD 36개국 기준 한국은 일본과 함께 의원수가 가장 적은 국가”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0만 명 안팎으로,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의원수가 약 500명대까진 늘어야 하는 셈이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제13대 국회와 비교해보면 예산은 18조원(1988년)에서 약 639조원(2023년)으로, 법안 발의 건수는 938건에서 2만4141건(20대 국회)으로 늘었다”며 “예산 심사, 국정감사, 행정부 견제, 법안 심사 모두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의원수를 늘리는 일은 오히려 의원 1명이 가지는 감시·견제·입법 권한을 분산하고 소수의 의원이 행사해온 기득권을 깰 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야 모두 국민의 반감을 방패막이로 삼아 ‘의원 정수 확대’가 어렵다고 외치지만, 정작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고 공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개혁을 약속하며 국민 설득에 제대로 나섰느냐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690개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하는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의원수 확대에 대한 예산 증가분은 국회의원 세비 삭감 또는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 배정 수의 일부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은 비례대표 비율이 15.7%로 (지역구·비례제) 혼합형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 중에 가장 낮아 혼합형의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다.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국회에 확대 충원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정당 지도부에 의해 좌우되는 폐쇄적인 비례대표 공천방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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