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살게 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모습.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이곳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쓰였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앞으로 살게 될 서울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 인테리어를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ㄱ업체가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ㄱ업체는 김 여사가 당시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일하며 주최했던 전시에서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코바나컨텐츠 후원사 명단에도 두 차례 이름을 올렸다. ㄱ업체는 행정안전부가 5월25일 낸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입찰공고’에서 공개입찰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12억여원짜리 공사를 따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수주’ 의혹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애초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던) 8월10일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하다보니 적절한 시기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이번주는 피해 복구에 신경 쓰고 다음주 중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 관저를 애초 유력했던 육군참모총장 공관 대신에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대통령 관저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 누리집을 보면, ㄱ업체는 5월25일 12억2400만원짜리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을 하지 않고 체결하는 계약이다. 당시 입찰공고 글이 오전 10시11분 게시됐는데 낙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시간49분에 불과했다. 8월2일 <오마이뉴스>는 나라장터에 관저 공사정보가 ‘○○주택 인테리어 공사’로 나온다고 보도했다. 공사현장도 서울시가 아니라 세종특별자치시로 쓰여 있었다. ‘○○주택’이 관저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일반 사업체로서는 대통령 관저와 관련 있는 입찰이라는 사실을 알기 힘든 공고였던 셈이다.
불과 3시간도 안 돼 이 공사를 낙찰받은 ㄱ업체는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과 2018년 주최한 전시회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곳이다. 2015년 6월 설립된 이 업체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실내건축공사업, 인테리어 디자인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8월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관저의 건축은 업체 선정이나 진행 상황이 경호처의 철저한 검증과 감독 아래에서 이뤄지는 보안 업무다. 어느 업체가 관저 공사를 하느냐는 보안 사항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ㄱ업체가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후원업체로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는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로서 그에 대한 대금을 받았고, 후원업체로 이름이 오른 것은 (코바나컨텐츠 쪽에서) 감사의 뜻에서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4월27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김건희 여사는 4월 셋째 주말(16일 또는 17일)에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부부의 생활공관과 외교부 장관 공관을 구석구석 둘러봤다고 한다. “여기가 맘에 들어”라고 말했다는 전언도 있다. 공관 정원을 보다가 “저 나무는 (공관 건너편 남산 쪽) 경치를 가리니 베어야겠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김 여사의 외교부 장관 공관 방문이 있고 일주일 뒤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 관저로 서울 한남동에 있는 외교부 장관 공관을 사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2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제가 직접 아주 밀접한, 외교부 장관하고 아주 밀접한 관계(자)분에게 직접 들었다”며 “분명히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를 안고 와서 70대가 넘으신 외교부 장관 사모님에게 ‘이 안을 둘러봐야 되니 잠깐 나가 있어달라’고 해서 바깥 정원에 나가 계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4월25일 집무실 이전 2차 브리핑에서 “육군총장 공관 안을 추진하다가 (건물 노후와 누수 등) 여러 문제가 생겨서 티에프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을 검토했고, 적절한 거 같다는 티에프 실무 검토 의견이 있었다”며 “그 전에 (김 여사가) 육군총장 공관에 가본 것이고 (또 뒤에 티에프가)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해야겠다 하고 나서 (김 여사가 외교부 장관 공관에) 가본 거다”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대통령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관사를 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 집무실 전체 이전 비용으로 총 496억원의 예비비가 신청됐다. 국방부를 이전하는 비용, 국방부 청사를 리모델링하는 비용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리모델링하는 비용 25억원도 책정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수주’ 의혹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을 준비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애초 8월10일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가,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가 심각한 상황 등을 고려해 제출을 연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4일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둘러싼 불법·비리에 대해 국회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며 “(대통령 관저 공사) 의혹 전반에 대해 국정조사를 포함해 국회법이 정하는 모든 절차를 조속히 검토하고 진상 규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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