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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둘러싼 5가지 쟁점

위헌논란·보완수사권·‘초단기’ 준비기간 등 쟁점 남아
등록 2022-04-23 13:55 수정 2022-04-28 11:56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앞줄 오른쪽부터), 김용민 의원이 2022년 4월15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앞줄 오른쪽부터), 김용민 의원이 2022년 4월15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년 4월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들은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과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서의 중대한 변화를 담고 있다. 검사의 범죄 수사권을 삭제한 것이다.

민주당은 개정 법률안 제안 이유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이원화는 민주국가 사법체계의 기본이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것은 오래된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4월17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총장을 불러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며 사직서를 반려했다. 18~20일 고검장과 평검사 대표, 부장검사 회의도 잇따라 열려 수사-기소 분리에 모두 반대했다. 18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내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

민주당이 제출한 개정 법률안과 검찰의 의견, 법원행정처의 의견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사-기소 분리 법안과 관련한 쟁점 다섯 가지를 살펴본다.

1. 검사의 수사권 폐지는 위헌인가?

대검찰청은 4월15일 민주당의 개정 법률안 제출 뒤 입장문을 내어 “개정안은 검사를 영장 신청권자이자 수사 주체로 규정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명백하게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도 4월19일 국회 법사위에 나와 법학자들의 합헌설과 위헌설을 소개한 뒤 “위헌설을 주장하는 교수가 더 많아서 위헌설이 유력하지만, 두 가지 견해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나오는 검사의 영장 신청 조항은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고 강제 수사를 엄격하게 하기 위한 것이고,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도 “영장 청구권을 수사권과 동일시하는 주장은 억지다. 검사가 법률가이니 수사기관에 대해 법률적인 감독과 통제를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 조항의 취지는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인권 보호라고 밝혔다. 2021년 1월28일 헌법재판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위헌 확인 사건’ 결정문에서 “수사 단계에서의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시켜 인권 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 법률 전문가인 검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 다른 나라 검사들은 모두 수사하나?

수사권 보유와 수사권 행사 가운데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의견 차이가 크다. 검찰은 대부분 선진국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2017년 신태훈 검사가 쓴 논문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주로 대륙법계인 프랑스·독일 등 27개국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다. 주로 캐나다 등 영미법계인 8개국의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다.

경찰 통계는 조금 다르다. 35개국 가운데 23개국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고, 12개국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다. 검찰과 경찰 통계가 다른 것은 검사의 수사권 관련 법률 조항에 대한 해석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35개국 가운데 26개국 검사에겐 별도 수사 인력이 없다. 수사 인력은 검사의 상시적, 직접 수사를 뒷받침하는 장치다. 26개국의 검사는 수사권이 없거나 수사권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사가 별도 수사 인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벨기에 등 5개국뿐이다. 그 밖의 4개국은 수사 인력 보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나라의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수사는 수사관이 한다. 검사에게 수사 인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가 어떤 수사팀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실제 수사는 수사관이 한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검사와 경찰관이 배트맨을 만나 논쟁하는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검사와 경찰관이 배트맨을 만나 논쟁하는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3.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줘야 하나?

검사의 직접수사(수사 개시) 권한을 폐지하는 경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는 문제는 논란거리다. 경찰이 수사해서 검찰에 송치하는(보내는) 사건은 과거엔 검사가 자유롭게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1년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에 따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 권한은 사실상 폐지됐다. 대신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다.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 방식의 사건 처리가 사건 관련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4월19일 국회 법사위에 나온 김오수 검찰총장은 “2021년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건수가 2020년 (검사의) 수사지휘 건수보다 3배 이상 늘어났고, 보완수사에 6개월 이상 걸린 사건도 24.4%에 이르렀다”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사에게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남근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간단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검사에게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전 의원)도 “가평 계곡 살인 사건에서 보듯 경찰에서 다 밝혀내지 못한 사실을 검사가 추가로 밝혀낼 수 있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4월18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소극적으로 이뤄진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불송치 사건의 범위를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제도를 항고나 재정신청 제도에 준하여 설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4. 3개월 시행 유예기간 적절한가?

법원행정처는 4월18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를 초래한다. 검경의 조직, 인적·물적 여건 등에 관하여도 상당한 변화와 준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안 시행을 준비함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법안의 부칙에서 시행 유예기간으로 정해놓은 3개월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에 찬성하는 정의당과 민변, 참여연대 등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이 대목이다. 정의당의 배진교 원내대표는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처리한 뒤 3개월의 시행 유예기간은 너무 짧다. 최소 1년 정도는 필요하다. 그 기간에 국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 등) 대안 수사기관에 대해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도 “형사소송법의 한 조항에 불과한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도 시행 유예기간을 2년이나 뒀다. 관련 법률 정비나 관계 기관과의 업무 조정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의 김남근 위원장도 “3개월로는 준비가 불가능하다. 경찰이 6개 중요 범죄 수사를 넘겨받아야 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6개월이나 1년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5. 수사-기소 분리 뒤 검경 협력은 될까?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개정 법안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업무 가운데 ‘수사’를 제외한 점을 지적했다. 기존 형사소송법 제195조 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 문장에서 ‘수사’를 삭제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수사에 절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사 전권을 가졌던 검사가 경찰관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서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이유 중 하나도 검경 관계 때문이었다. 경찰관은 검사의 지휘에 대단히 부정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까지 형사소송법은 검사를 수사 주체로 삼았고 검사는 경찰관을 아랫사람으로 다뤘다. 그래서 견제와 균형은 물론이고 협력 관계도 만들기 어려웠다. 수사-기소 분리가 두 기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전 의원)는 “미국에선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가졌지만 수사관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평등하게 대우한다. 그래서 수사 초기부터 서로 협력이 가능하다. 우리 검경 관계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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