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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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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자의 대선 후보들”

20대 기후정의 활동가 김기후의 에너지 공약
등록 2022-03-07 14:31 수정 2022-03-08 01:56
2022년 3월1일 ‘세상을 바꾸는 2022 대선공동행동’이 서울 마포구에서 주최한 ‘3·1 정치파티’에 참가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2022년 3월1일 ‘세상을 바꾸는 2022 대선공동행동’이 서울 마포구에서 주최한 ‘3·1 정치파티’에 참가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초록 펼침막이 보였다. 아홉 글자가 선명하다.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
2022년 3월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야외 ‘광장마당’에 200명가량이 모였다. ‘세상을 바꾸는 2022 대선공동행동’(대선공동행동)이 주최한 ‘3·1 정치파티’에 모인 사람들이다. 대선공동행동은 2022년 2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개인들이 꾸린 단체다. ‘미래의 비전 대신 네거티브와 막말이 난무하는 대선을, 답답해서 두고 볼 수가 없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 알음알음 모였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정권 교체 아니면 정권 재창출’ ‘정권 재창출 아니면 정권 교체’라는 돌림노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지워지고 사라진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려야 한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를 말할 때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정치와 나라를 책임지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같이 다녔던 지역주민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동서울시민의힘’ 회원들도 이날 참석했다. 김신옥진 집행위원장은 “대선 후보 TV토론을 보면 주요 후보들이 서로 ‘거짓말하지 말라’는 공방만 하고 정작 성평등·노동권 같은 중요한 가치는 말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 사라진 목소리를 함께 내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정치파티’의 마지막 순서는 거리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맨 앞에 ‘기미년엔 독립선언, 임인년엔 주권선언’이라고 쓴 펼침막을 세웠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참가자들의 구호를 듣고 혼잣말하듯 말했다. “인정, 인정. 나도 누굴 뽑을지 모르겠어.”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겨레21>은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선거 국면에서 주요한 ‘표’로 계산되지 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선 후보들이 좀처럼 발언하지 않는, 국민 개개인의 삶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다. 총 25명을 인터뷰했고 그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20대 여성, 장애인, 빈민, 비정규직 노동자, 기후위기 활동가, ‘차별금지법 활동가’ 등 7명이 직접 말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해 글을 싣는다. 이들은 말한다. 주어진 양자택일형 시험을 거부하고 문제의 오류부터 지적해야 한다고. _편집자주

“가덕도 신공항과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를 확실히 책임지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022년 2월27일 부산 유세

“RE100이 뭐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2022년 2월3일 대선 후보 TV토론

다음 대통령은 어쩌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대통령이다.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나라 11위다(2018년 기준). 5년 뒤는 늦다. 더는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폭 한도에 뜻을 모았다. 산업화 이전에 견줘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 1.5도는 파국적인 재난과 멸종의 임계점이다. 2022년 현재, 이미 1도 넘게 올랐다.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재 추세라면 2040년 이전에 그 한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불난 집’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불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대 기후정의 활동가인 나는, 속만 타들어간다. 대선 후보들에겐 목표 수치를 담보할 철학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각각 2018년 대비 ‘40% 이상’, ‘40%’로 공약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생산·유통망을 확충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고 2040년까지 석탄발전 가동 중단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윤 후보는 원자력발전을 기저 발전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확충해 2030년대 중반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선 정도로 올리고 임기 안에 석탄 등 화력발전소 비중을 60%대에서 40%대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 미온적인 목표마저 의심스럽다. 두 후보 모두 가덕도와 새만금 등에 막대한 탄소배출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신공항을 짓기로 약속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석탄 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건설 강행도 찬성하거나(윤 후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이 후보)고 한다.

기후위기는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 탄소배출의 일차적 책임은 기업에 있다. 녹색연합이 2011~2020년 국내 1401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배출량 상위 14개 기업이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1.4%를 내뿜었다. 반대로 재난과 일자리 문제 등으로 피해를 입는 건 노동자, 농민, 여성, 어린이, 청소년이다. 그런데도 주요 후보들은 탄소배출 책임자를 대변한다.

차가운 해법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강하게 규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고 국방비와 토건 예산을 기후위기에 써야 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최대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같은 성장주의 아래 그들이 말하는 에너지 전환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기후위기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종합했습니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배기남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기후정의실천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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