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가족·친구와 모일 수 없으니, ‘정치 대목’이라는 설 명절에도 조용한 선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감정 상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지만, 여론 형성과 시민 대표 선출이라는 선거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이번 설에는 만날 수 있는 몇 명하고라도 선거 이야기를 마구 나눠보자. 풍성한 ‘대화’ 상차림을 위해 명절에 만날 수 없는 가족과 친구의 마음을 <한겨레21>이 먼저 들었다. 새로 시장을 뽑는 서울과 부산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를 모으니, 유권자의 마음이 2021년 재보선을 넘어 2022년 대선에서 어디로 향할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하다._편집자 주
서울시장 후보로 뛰는 인물들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먼저 서울시장 도전이 처음이 아니다.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다. 2011년에도, 2018년에도 서울시장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이름도 여럿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현재 여론조사 1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무려 세 번째 도전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예비후보는 서울시장을 이미 두 차례나 역임했다(33~34대). 나경원(국민의힘), 우상호(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각각 서울시장 선거 본선과 예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국민의힘), 금태섭 전 의원(무소속), 조정훈 의원(시대전환) 등 ‘새 얼굴’이 등장하긴 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
후보들의 연령대도 비슷하다. 박영선, 오세훈, 조은희, 안철수, 우상호, 나경원(나이순)은 1960~1963년생이다. 금태섭(1967년생), 조정훈(1972년생)도 50대다. 크게 도드라지는 선거 공약도 없다.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거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이야기는 선거 때마다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공약이다.
엇비슷해 보이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면면에서 차별점을 찾아내기란 ‘숨은그림찾기’나 다름없지만, 후보들의 이력, 공약, 주요 발언 등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 임기 1년짜리 서울시장이지만, 독자들의 지혜로운 선택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주요 경력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도전(박원순 당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내 경선 도전(박원순 당선)
17~20대 국회의원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말말말
“서울의 봄을 위해 ‘봄날 같은 시장’이 필요합니다.” “엄마와 같은 푸근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시장 출마 제안했으나, (여론) 상황이 점점 안 좋아져서 당을 위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 (출마 결심했다).”
선거 구호
서울시 대전환
공약
-21분 콤팩트 도시: 일터와 학교, 문화시설이 21분 거리에 들어서는 도시 건설
-5년 안에 공공분양주택 30만 가구 건설
-스마트 상점 지원 확대, 소상공인 ‘구독경제’ 도시, 글로벌 혁신창업벤처 단지 조성
-방과후 교육·돌봄을 플랫폼형으로 전환
특이사항
서울시장 세 번째 도전, 친문의 낮은 지지, 강한 호불호, 세월호특별법 처리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중도 사퇴
주요 경력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내 경선 도전(박원순 당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말말말
“서울시장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가 나서야 합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3자 단일화 추진하는 것은 반문재인 연대에 참여해 대통령 흔들겠다는 것”
선거 구호
내일을 꿈꾸는 서울, 끝까지 지킨다
공약
-공공주택 16만 가구 공급, 강북 등 낙후 지역 아파트 재건축 적극 검토
-자영업자에게 100만원씩 지급
-1호선 철도 지상구간 지하화, 지상에는 녹지와 공공주택 등 건설
특이사항
서울시장 두 번째 도전, 낮은 인지도, ‘586’ 대표 주자, ‘5·18’ 전야 술자리 논란
주요 경력
2011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박원순 당선)
17~20대 국회의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말말말
“두 아이의 엄마 나경원이 따뜻하게, 포근하게, 시민을 안아드리겠다.” “재개발, 재건축을 확 풀어야 한다. 집 사고 싶은 사람 사고,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은 팔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 부동산으로 인한 세금 고통을 확 걷어내겠다.”
선거 구호
독하게 섬세하게
공약
-민생구조기금(‘숨통트임론’) 설치: 최대 6조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기금 마련
-아동·여성 안심 도시 서울: 아동학대 제로(zero)를 위한 서울시장 직속기구 ‘서울아동 행복지킴이단’ 신설, 서울형 양육수당 20만원 지급(만 0~5살)
-부동산 가격 안정: 10년간 70만 가구 공급 목표,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반값 아파트’ 공급
-서울형 기본소득 지급
특이사항
서울시장 두 번째 도전, 자녀들 관련 ‘엄마 찬스’ 의혹, 강성 극우 이미지
주요 경력
33~34대 서울시장(2006~2011년)
말말말
“오세훈 시장 등장 자체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v1.2.hwp) 문건의 ‘v’가 가리키는 것은 대통령을 칭하는 vip 아니냐.”
선거 구호
첫날부터 능숙하게
공약
-1인 가구 보호 특별대책본부 설치: 1인 가구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해결
-1년 내 도시계획 규제 혁파로 신속한 주택 공급 기반 마련
-서울시민 안심소득제도 도입
-활력 넘치는 다핵 경제도시 서울: 권역별 첨단산업, 경전철 등 조기 착공으로 교통 소외 지역 이동 편의 개선
특이사항
2011년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했다가 투표율 미달돼 시장직에서 사퇴, ‘정치 초딩’ 이미지
주요 경력
민선 6~7기 서초구청장
서울시 정무부시장(오세훈 서울시장 때)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김대중 대통령 때)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양성평등본부 수석부본부장
말말말
“나경원 후보님께 제안한다. 우리 여성 가산점제 포기합시다. 받지 맙시다. 우리가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할 때 앞으로 젊은 후보들에게 여성 가산점제를 더 줘야 한다고 주장할 명분이 생긴다.”
선거 구호
새로운 서울, 10년 만의 새 희망!
공약
-반값 재산세 실천
-코로나19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손실액(분기별 최소 100만원) 보상
-부동산 햇볕정책, 주택 65만 가구 공급
-서울U시티 플랜 추진: 강남북 지하 고속도로
-그린서울 프로젝트 추진: 모든 대중교통 전기수소차 전환, 중랑천·도림천 숲길 조성
특이사항
서울시 유일한 야당 구청장, 정치 신인, 낮은 인지도
주요 경력
2012년 대통령선거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
20대 국회의원
말말말
“낡고 오래된 정치의 벽에 균열을 내고, 참신한 정치의 출발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진영 논리, 편가르기를 없애자.”
선거 구호
소신의 금태섭, 서울을 바꿉니다
공약
-디지털 부시장 제도 신설: 빅데이터 이용한 감염병, 기후위기 등 대응
-자영업자 월임대료의 80% 6개월간 지원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
-서울형 공공재개발 추진: 기존 재개발 지정 해제 지역 393곳 포함해 확대
-서울인권조례 제정
특이사항
안철수 캠프로 정치 입문, 더불어민주당 탈당
주요 경력
19~20대 국회의원
2011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박원순과 단일화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
2017년 대통령선거 출마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박원순 당선)
국민의당 당대표
말말말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들, 단일화 대국민 서약 하자.” “공연 시작을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뒤늦게 나훈아가 와도, 임영웅이 와도 흥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선거 구호
미정(2월 중순 결정)
공약
-5년간 74만6천 가구 주택 공급(청년임대주택 10만 가구 추가 공급 등)
-독립적 인권 전담기구 ‘서울시 인권센터’(가칭) 설립
-성범죄 서울시 공무원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
특이사항
서울시장 세 번째 도전, 만년 3등과 ‘철수 정치’ 이미지
열린민주당
주요 경력
18·21대 국회의원
말말말
“보수특권 카르텔이 불도저 개발 시대로 돌아가자고 한다. 진짜 도시전문가에게 서울을 맡겨달라.” “범민주 진보 진영과 후보 단일화해서 서울에서 꼭 승리해야.”
열린민주당
주요 경력
17대 국회의원
말말말
“단일화보다 (더불어민주당과) 당 대 당 통합이 먼저다.” “개혁 정신으로 뭉친 열린민주당이 통합을 통해 잠들어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깨워야 한다.”
시대전환
주요 경력
21대 국회의원(더불어시민당으로 공천)
시대전환 대표 겸 원내대표
말말말
“많은 분들이 저의 출마를 자장면 위에 올리는 강낭콩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강낭콩이 아닌 새로운 자장면을 선사하려고 나왔다.” “제3지대 논의 낄 생각 없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표지이야기 - 4.7 민심 르포 연결된 기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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