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는 의혹이 논란이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감사에 대응한다며 문서 수백 건을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공소장 내용 보도가 촉발한 사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적 행위”라고 했다. 산업부가 문제가 된 문건을 공개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건 좀 황당하다. 원전 지원과 대북 송전은 과거 비핵화 합의에도 있는 내용이다. 전력 문제는 해결해줄 테니 발전을 핑계로 핵개발 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개된 산업부 문건은 과거의 해법이 현재에도 적용 가능한지 검토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요구한다(사진). 하지만 제네바 합의는 문민정부 때 일이다. 전후 맥락을 모를 리 없다. 정권 차원의 지시 없이 탈원전 방침을 거스르고 일개 공무원이 이런 문건을 만들 수 있었겠느냐 하는데, 해외 원전 세일즈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선 사례도 있다. 결국 선거를 앞두고 탈원전을 경제 이슈로 인식해 거부감이 있는 중도층과 ‘대북 퍼주기’에 민감한 보수층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다.
단일화 논란으로 흔들리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확장성을 키울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문제제기 방식이 구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당 지지층을 이완하는 효과는 있다. ‘이벤트를 위해 국민적 손해를 감수했다’는 정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논란이 2018년 당시 나왔다면 달랐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없는 상태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정책적 명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야 경색에서 또 다른 쟁점은 법관 탄핵 문제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사법부가 정권을 불리하게 하는 판결을 자꾸 하니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관 탄핵은 특정 판결 문제가 아니라 사법농단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한 거다. 사법부 길들이기는 어불성설이다.
물론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할지는 의문이다. 여당 지도부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럼에도 탄핵소추안 발의를 ‘허용’한 것은 법관 탄핵에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명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국민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제에 정권이 대응하는 방식을 보았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부 문건 논란에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또 장난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명분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건 오직 손익 관계뿐이다. 2021년 재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공약 핵심은 대부분 ‘개발’이다. 서울은 여야 모두 전역을 뒤집는 공사를 진행할 기세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에 한일해저터널까지 등장했다. 국민의힘 처지에선 신공항은 어차피 정부·여당의 공일 수밖에 없으니 이를 능가하는 개발 공약이 필요했을 거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정치권이 말하는 명분이 거짓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해저터널은 친일”이라는 여당의 대응은 고질병이다. ‘개발에 반대한다’는 프레임에 말려들기 싫어서 ‘친일 프레임’을 제기한 건데, 일본에 더 이익이라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면 될 일이다. 검찰개혁도 이런 식의 대응 때문에 사실상 실패했다. 코끼리가 아니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그만 생각할 때가 됐다는 거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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