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정권과 검찰의 충돌이 거의 막장 수준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임 사건의 핵심 관계자 김봉현씨 옥중 문서로 시작된 이 일은, 법무부의 감찰과 대검의 수사 지시로 결이 달라지는 듯하더니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고 대검찰청이 “중상모략”이라고 반발하는 흔치 않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데, 라임 사건뿐만 아니라 윤석열 총장의 배우자, 장모, 측근 관련 사건까지 포함한 배경은 의아하다.
이에 대해선 추미애 장관이 두 차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볼 필요가 있다. 주목할 두 단어는 ‘태세전환’과 ‘중상모략’이다. ‘태세전환’ 운운은 수사지휘를 윤석열 총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별 반발 없이 수용해 다행이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윤석열 총장으로선 가족 사건이 포함된 것에 절차적 반발 등을 하는 일이 더 부담이 되기에 수사지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중상모략’을 언급한 것은 대검이 사실상 법무부의 감찰 결과 발표를 들이받은 것에 대한 괘씸죄를 물은 성격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석열 총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며 ‘중상모략’은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 한 것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이면 끝이 없을 것이다.
라임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장이 그만둔다는 걸 보면 검찰은 상당히 억울한 듯하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총장의 항변은 들어볼 만하다. 중형이 예상되는 피의자의 주장만으로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라임 사건에 야당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진술은 이미 수사 중이고, 검사들이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폭로가 나온 이후에야 알아 즉시 수사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여당은 야당 정치인 관련 보고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패싱’(건너뛰기)됐다는 점을 문제 삼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닌데다 대검 조직은 사실상 검찰총장을 보좌하기 위해 있다는 점에서 이를 ‘봐주기’의 결정적 증거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다. 여당 정치인이 라임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검찰의 편파적인 언론 플레이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으나, 보도 출처가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김봉현씨라는 정황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성급했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가족 관련 사건까지 포함한 것은 의혹을 신속히 밝히자는 것보다는 윤 총장을 혼내주는 것에 더 무게가 실린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이러면 수사지휘권을 정파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상황의 원인은 정권과 검찰이 서로를 근본적으로 불신한다는 데 있다. 정권은 검찰이 민감한 사건에 손만 대면 정치적 장난을 칠 것이라는 확신부터 하고, 검찰은 이른바 개혁 과제가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겠는가? 두 사람 모두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닐까. 칼은 서로 계속 부딪치면 무뎌질 뿐이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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