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국’이라고 한다. 과도하게 오른 아파트 가격으로 조성된 불만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문제에 이르러 결국 폭발했다. 충북 청주 아파트는 처분하고 서울 서초구 반포는 남겨놓은 것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노영민 실장은 무주택자의 길을 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의 주택 매각을 주문하면서 “1주택자가 돼라”는 압력은 청와대와 여당을 넘어 국회 전체로, 국회를 넘어 고위 공직자 일반으로 그 대상을 늘리고 있다.
이들이 모두 1주택자가 되면 집값이 안정될까? 그건 장담하기 어렵다. “다주택자들이 정책을 좌우하는데 집값이 잡히겠나”란 논리엔 기득권이 겉으로는 정책적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세상만사를 이걸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과 관료들의 ‘1주택자 되기’는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미봉적 행태에 불과하다.
고위 공직자들이 1주택자가 아니라는 것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 정권이 가진 부동산 정책의 청사진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5월 발표된 공공 주도 재개발 계획의 영향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코로나19 침체에 대응한 경기부양 의도로 의심한다. 2019년부터 ‘갭투자’ 등 투기 주범으로 지목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결국 수술대 위에 올랐다. 도시 재생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민간 임대시장의 건전화로 공공임대 외의 보완책을 모색한다는 비전이 흔들리는 것이다.
무엇을 했어야 할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보유세의 획기적인 강화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일부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주장했다. 당대표에 도전하는 이낙연 의원도 1주택과 장기 보유에 한해 종부세 완화 입장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러나 과도한 종부세 부담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세금은 정치적 문제라는 건데, 이 정부의 ‘종부세 트라우마’를 재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세입자 보호 대책을 실효적으로 세우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벌써 이를 예상한 집주인들이 임대료 대폭 인상으로 대응한다는 등 우려가 제기된다. 종부세 역시 인상분이 전월세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반응은 먼저 해결됐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재확인하게 한다.
셋째는 공공임대주택의 대규모 확대다. 이 정권은 공공임대 모델이 만능이 아니라고 본다. 지역이 슬럼화되고 재정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따라서 일정 기간 뒤 분양하거나 민간 임대시장으로 보완하는 해법이 선호됐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싱가포르 모델’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들고나온 건 결국 한계가 확인됐다는 거다.
할 일을 못한 배경에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 숨어 있다. 정부와 여당은 투기를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면 집값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지만, 부자들은 어떤 부동산 대책이 나오더라도 그 피해를 회피할 수단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 대책으로 손해를 보는 건 결국 실수요자들이고 그게 ‘실수요자 보호’라는 대전제를 무너뜨려 부동산 대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 이 끝에서 우리는 ‘소유’라는 회피할 수 없는 주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집을 굳이 가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가 돼야 하지 않을까.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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