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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저녁.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경기도 안산에서 전남 진도로 내려가던 정은주 기자가 다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잠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유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하던 일당이 유가족들에게 붙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딱 잡아떼던 이들은 결국 단원경찰서 정보과 소속 형사들로 밝혀졌다. 안산에서부터 유가족 일행을 따라붙었던 것이다. 이들은 미행 사실이 드러나자 당황해 “보호하려고, 도와드리려고 따라왔습니다”라고 엉뚱한 소리까지 해댔단다.
유가족들은 불과 몇 시간 전인 이날(5월19일) 아침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실종자 가족들이 아직 남아 있는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가던 참이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이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입에서 ‘실종자’라는 석 자는 단 한 번도 튀어나오지 않은 대신,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닷속에서 아직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 해체‘라는 섬뜩한 단어만이 등장했다. 유가족들이 서둘러 진도로 다시 먼 길을 떠나게 된 배경이다.
이른바 ‘박근혜의 눈물’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하나의 작은 분수령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다. 이날 유가족들의 동태를 살피려 미행에 나선 경찰은 물론이려니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16일부터 지난 5월20일까지 안산과 진도 일대에서 ‘정보활동’을 벌인 경찰인력은 연인원 1천 명을 웃돈다는 사실이 경찰 자료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대국민 담화가 있기 직전 주말엔 추모집회에 참가했던 200여 명이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사고를 참사로 키우고 참사를 공안으로 틀어막는, 전형적인 공안통치 행태다.
공안통치의 유령이 결코 우리 사회를 떠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건 정작 박 대통령 자신이다. 대국민 담화 이후 황급히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까지 날아갔던 박 대통령은 귀국한 지 이틀째인 5월22일 새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이른바 세월호 참사 정국 수습책이다. 수많은 언론이 일제히 ‘안대희 총리’에 주목했지만, 사실상 이날 주인공은 ‘김기춘 실장’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이 확정된 마당에 그의 여전한 건재는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뿐 아니라 의존도가 얼마큼임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수습책’ 이후,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인식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한 이유를 알고 있지도, 알려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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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저녁.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경기도 안산에서 전남 진도로 내려가던 정은주 기자가 다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잠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유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하던 일당이 유가족들에게 붙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딱 잡아떼던 이들은 결국 단원경찰서 정보과 소속 형사들로 밝혀졌다. 안산에서부터 유가족 일행을 따라붙었던 것이다. 이들은 미행 사실이 드러나자 당황해 “보호하려고, 도와드리려고 따라왔습니다”라고 엉뚱한 소리까지 해댔단다.
유가족들은 불과 몇 시간 전인 이날(5월19일) 아침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실종자 가족들이 아직 남아 있는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가던 참이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이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입에서 ‘실종자’라는 석 자는 단 한 번도 튀어나오지 않은 대신,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닷속에서 아직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 해체‘라는 섬뜩한 단어만이 등장했다. 유가족들이 서둘러 진도로 다시 먼 길을 떠나게 된 배경이다.
이른바 ‘박근혜의 눈물’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하나의 작은 분수령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다. 이날 유가족들의 동태를 살피려 미행에 나선 경찰은 물론이려니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16일부터 지난 5월20일까지 안산과 진도 일대에서 ‘정보활동’을 벌인 경찰인력은 연인원 1천 명을 웃돈다는 사실이 경찰 자료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대국민 담화가 있기 직전 주말엔 추모집회에 참가했던 200여 명이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사고를 참사로 키우고 참사를 공안으로 틀어막는, 전형적인 공안통치 행태다.
공안통치의 유령이 결코 우리 사회를 떠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건 정작 박 대통령 자신이다. 대국민 담화 이후 황급히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까지 날아갔던 박 대통령은 귀국한 지 이틀째인 5월22일 새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이른바 세월호 참사 정국 수습책이다. 수많은 언론이 일제히 ‘안대희 총리’에 주목했지만, 사실상 이날 주인공은 ‘김기춘 실장’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이 확정된 마당에 그의 여전한 건재는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뿐 아니라 의존도가 얼마큼임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수습책’ 이후,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인식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한 이유를 알고 있지도, 알려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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