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22일 아랍에미리트의 아라비아만에서 차량을 실은 화물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2026년 3월23일 밤 조현 외교부 장관과 한 통화에서 침략국이 아닌 국가의 선박은 문제없이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쪽이 3월24일 공개했다.
이란 반관영 언론 타스님 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이 전날 조 장관과 한 통화에서 이란이 외국의 침략에 맞서 국가 주권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하며, “호르무즈해협은 침략자(미국·이스라엘)와 그 지지자 소속 선박의 통행이 차단됐지만, 다른 국가의 선박은 이란 쪽과 협조하에 문제없이 해협을 항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핵 협상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감행한 점을 언급하며 현재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은 이란을 상대로 한 불법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조 장관은 아라그치 장관에게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란은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만 통행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에서 아라그치 장관의 언급은 이란의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는 국가들이 이란과 개별 협상을 할 것을 요구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통화 당시 아라그치 장관의 이런 발언에 직접 반응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조현 장관은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한국 등의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영국·프랑스·일본 등과 함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에 동참했다. 공동성명 동참국은 현재 30여개국으로 늘어났다.
한편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3월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이란대사관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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