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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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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3

등록 2013-12-28 14:21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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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송년호를 만든다. 착잡함보다는 씁쓸함이 앞선다. ‘벌써 또 한 해가 가는구나’보다는 ‘이제야 1년 지났어?’라는 감정이 먼저 고개를 내민다.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세밑 풍경이다. 나이를 한 살밖에 더 먹지 않았다는 안도감?
이 괴팍한 심리의 근원을 좇아가다보니, 어렵지 않게 그 비밀을 찾을 수 있겠다. 역시나 ‘안녕하지 못해서’다. 세상이 불편해서다. 2013년 한국 사회는 ‘반신반인’과, ‘말이안통하네또’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딸 주연의 빛바랜 흑백 기록영화다. 물론 수많은 조연들이 충견처럼 화면 한구석을 내내 지켰다.
일상을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에 모두가 영원히 질식돼 쓰러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유별난 특징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에너지가 폭발한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꾹꾹 묵혀뒀던 에너지를 한순간에 폭발하듯 기어코 분출시키고야 마는 DNA를 지닌 별종이다. 거리를 붉게 물들인 월드컵 거리응원의 형식을 띠든, 광우병 촛불시위의 형식을 띠든, 또 다른 그 무엇이든 간에. 그 익숙한 장면이 2014년에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올 한 해 집권 1년차 박근혜 정부의 퇴행적 행태로 인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저토록 분노와 울분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음에랴.
안녕들 하지 못했던 2013년, 기억한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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