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가 왔어요.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기준이나 표준을 뜻하는 아주 폼 나는 말이에요. 다들 뉴노멀 하나씩은 만들고 있어요. MBC의 활약이 두드러져요. <mbc>에서 알통 크기가 정치적 신념을 좌우한대요. 알통 둘레 35cm인 남자는 보수고, 31cm인 남자는 진보래요. 골 아픈 진보·보수 논쟁을 한 방에 쫑 내는 멋진 기준이에요. MBC의 새 표준이 경박하다고 놀리지는 마세요. 전 덕분에 대오각성했어요. 과거의 숱한 연애 좌절은 가치관도 안 맞는 알통 큰 남자만 찾아헤맨 결과였어요. 이젠 꼭 줄자를 들고 다닐 거예요. 맘에 드는 남자는 일단 알통부터 까보면 되니깐요. 그런데 여자는 정치적 신념을 어떻게 보여주나요? 허벅지라고요? 그러다 줄자로 맞아요.
새 정부 뉴노멀은 ‘작심 두 달’이에요. 골치 아픈 공약들을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 두 달 안에 다 빼버리면 돼요. 예전에도 그러지 않았느냐고요? 뉴노멀은 그보다 훨씬 특별해요. 그래도 예전 정부들은 출범하고 몇 달간 하는 척이라도 했어요. 그러다 국회가 반발하거나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을 들고나오면 슬그머니 없앴지요. 정말 촌스러워요. 이 정부에선 절대 그러지 않아요.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핵심 공약 1번이던 경제민주화는 5대 국정목표에서 아예 삭제해버렸어요. 도발적이에요. 모든 만 65살에게 20만원씩 주겠다는 기초연금은 확 쪼그라뜨려 국민행복연금으로 세탁했어요. 에지 있어요. 복지는 확 줄이고 국방비는 확 늘리기로 했어요. 아, 정말 시크해요.
이쪽이 제일 문제예요. 장관 내정자들의 새 표준 말이에요. MB 때는 심플했어요.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증여세 탈루, 병역 기피, 전관예우 4과목은 필수고 논문 표절은 선택이었어요. 박근혜 정부에선 이건 그냥 깔고 가요. 그다음이 버라이어티해요. 일단 프리한 ‘멘털’이에요.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예전에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섹스 프리’한 국제관광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너님 같은 사람 프리한 곳에 살고 싶어요.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성매매법, 접대비 상한제로 민간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취지로 칼럼을 쓴 적이 있어요. 너님은 못하게 해서 위축됐나봐요. ‘글로벌’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네요. 최근 한국인이 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는 미국 정보기관 CIA에 단순한 자문을 넘어 깊이 관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너님 이름은 다 ‘미빠’인가봐요. 국내파도 질 수 없어요. K2 전차의 핵심 부품 사업자로 독일 군수업체가 선정되는 과정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고문으로 있던 무기중개상이 43억원의 중개 수수료를 챙겼다고 알려졌어요. 너님은 얼마나 챙겼는지 궁금해요.
뉴노멀의 출현으로 MB의 노멀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어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그가 만든 노멀을 마지막으로 되새겨보아요. 컨테이너로 성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명박산성), 화수분처럼 땅을 파면 돈이 계속 나온다는 생각(4대강과 댐 건설), 퇴임 뒤 살 집도 쪼개면 투자가 된다는 생각(서울 내곡동 사저), 친구가 대통령의 품위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측근 셀프사면)까지 끝도 없어요. 이렇게 획기적 노멀을 만든 MB가 퇴임 뒤 계획은 소박해요. 꽃피는 계절이 오면 4대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한번 둘러본대요. 말리지는 않겠어요. 그러나 하루도 못 가 불타오를 엉덩이는 조심하세요. 이젠 밑 닦아줄 사람도 없잖아요.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요. 안녕 MB. 안녕 니, 미럴(노멀)!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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