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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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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행진

등록 2012-12-25 17:18 수정 2020-05-03 04:27

바보가 연달아 대통령이 됐다. 사랑이야 다른 사랑으로 덮어질지 모르지만, 바보짓을 다른 바보짓거리로 덮을 수는 없지 않나. 나라가 절단났다. 바보의 아빠도 대통령을 했지만 아빠 역시 머리 나쁜 인간이었다. 자식은 그 피를 두 배로 이어받아 더 바보였다. 가장 위험한 인간 유형이 머리는 나쁜데 쓸데없이 부지런한 인간이다. 바보는 바보일 뿐이다.

깜놀하기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두 번 연속 대통령을 한 미국 부시 대통령 얘기다. 아빠 부시 4년(1989~93), 아들 부시 8년 동안 미국이 세계에 저질러놓은 패악질은 이루 말하기 힘들다. 이러니 미국 대선 투표권은 전세계에 개방해야 한다. 아빠와 아들은 쓸데없는 전쟁질에 돈을 퍼붓느라 나라 재정도 절단냈다.

이명박 대통령도 참 부지런했지만 머리는 좋지 않았다. ‘삽질 바보’였다. 5년 내내 전국에 삽질을 해댔고, 전국의 공사용 삽, 꽃삽 가격까지 올려놓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부지런하다. 대통령 후보 TV토론회를 본 이들은 느꼈겠지만 머리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특히나 박 당선인은 ‘아빠 바보’다. 그가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 51.6%는 아빠 박정희가 헌정을 절단낸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한 오마주라는 해석도 있다(41.9%나 10.26%였다면 갖다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부지런하다. 전국의 시장을 떠돌며 부지런히 악수만 한다. 악수 전문이니 집권 5년 동안 주가 3천은 몰라도 손세정제 업체들 주가는 좀 오를 수 있겠다. 부시 부자가 12년 동안 나라를 절단냈다면, 아빠 박정희는 혼자서 18년이나 해드셨다. 딸의 임기 5년까지 더하면 박씨 부녀 둘이서 23년이다. 1948년부터 2018년까지 계산하면 헌정 70년의 3분의 1이 ‘박통’ 시대다. 독재로 쫓겨난 이승만 대통령도 겨우 12년밖에 못해먹었는데. 대통령 임기 가족총량제라도 도입해야 하나.

대선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3차 TV토론회 직후인 일요일 밤 11시에 뭐가 급했는지 별게 없다는 한 줄짜리 중간 수사 결과를 후다닥 발표했다.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경찰 수뇌부가 딸랑거리며 ‘줄’을 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 간부 몇 사람 때문에 경찰 조직 전체가 골로 갔다. 수사권? 개나 주라지.

국정원은 경찰 닭짓 30분 만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법행위”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기관을 악용한 국기문란 사건” “국정원 직원 인권이 철저히 짓밟혔음은 물론 국정원 명예 실추”. 제대로 된 수사 결과가 나올는지는 모르겠다만, MB 정권 5년 동안 연예인까지 찾아가 괴롭히고 정치공작을 해대며 국기문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정원이 인권을 얘기한다. 풋. 무슨 정보기관? 무슨 명예? 개나 주라지.

1989년 국산 공상과학 만화 시리즈가 TV에서 방영됐다. 였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아, 길다)에서 불과 2년 뒤가 배경이다. 우주선에 외계인까지 등장한다. 그런 시대에도 박통이 있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박스컵 축구대회라도 부활하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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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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