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무슨 죄가 있어. 죄를 저지른 사람놈의 ××가 잘못이지.” 영화 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깡패 같은 검사 마동팔의 대사예요. 그땐 미워해야 할, 미워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 참 많았죠. 그들은 대체로 잘 먹고, 잘 살았어요. 마동팔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에요. 솔직히 그래요. 반란수괴죄가 무슨 죄인가요. 그 반란수괴가 죽일 놈이죠. 하지만 반란수괴는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고, 그 수괴의 두목쯤 되는 누군가는 반인반신으로 추앙받고 있다죠. 하기야 수괴의 두목격이자 반인반신인 분의 따님이 유력한 대선 후보인 마당이니, 지금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는 게 맞나요?
“댓글 하나만 달아도 컴퓨터 내놓으라고 하는 공포정치를 하지 않겠느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1월14일 무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에요.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상대 후보 쪽의 ‘네거티브’와 ‘공작정치’로 규정했어요. 여성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성폭행범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했다”고 하셨지요. 딱 세 분만 언급해볼게요. ‘여기자 성추행범’ 최연희 의원이 얼마 전 박근혜 지지를 선언했지요.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는 좋다”는 여당 소속 대통령이 계시고요, ‘대구의 밤문화’ 주성영 전 의원이 캠프에서 유세지원단장으로 뛰고 있어요. 적반하장의 새로운 경지, 유체이탈 화법은 지금 대통령의 주특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해였군요. 네거티브라고요? 솔직히 말해봅시다. 네거티브가 무슨 죄가 있나요.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 사람놈의 ××가 잘못이죠. 자기들이 하면 정당한 검증이고, 상대방이 제기하는 의혹들은 무작정 네거티브인가요. 우리 유권자들,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사실인 것은 사실대로, 아닌 것은 아닌 대로 가리면 되는 일이지요.
‘댓글 공포정치’ 운운은 어쩌면 자신의 취임사를 연습한 건지도 몰라요.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선관위로부터 정식으로 고발까지 당한 ‘오피스텔 불법 선거운동’ 사건은 쏙 빼놓으셨네요.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에게는 유리하고 상대방에겐 불리한 내용을 올리거나 ‘무한 알티’를 했어요. 이분 직함도 무시무시해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회 총괄팀장 겸 국민편익위원회 SNS미디어 본부장’이라고요. 공식 직함은 본부장, 비공식 직함은 이른바 ‘십알단’(새누리당 십자군 알바단) 두목이시고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목사님이기도 해요. 윤정훈 두목 목사님? 캠프의 임명장 발송 업무도 해왔다지요. 그는 지난 5월 한 방송 토론에서 “우리나라는 동성애 청정국이었다” “광우병이 위험하냐, 동성애가 위험하냐”는 주옥같은 어록을 남긴 당사자이기도 해요. 이쯤 되면 또라이 중에서도 상또라이네요.
갑자기 생각나는 분이 있어요. 2년 전 ‘1만 사이버 전사 양병설’을 주장했던 ‘보온병’ 안상수 전 대표님. 드디어 그의 구상이 현실이 된 걸까요. 윤 목사의 위에는 또 다른 ‘안상수’가 있었어요. 인천시장을 지내고 지금은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의장으로 멸사봉공하고 있는 그 안상수 말이죠. 선관위의 발표에 따르면, 윤 목사는 ‘십알단’ 운영과 관련해 그에게 수시로 보고를 해왔다고 해요. 사무실 임대료도 새누리당에서 나왔고요. 어쨌든 세상에 결국 드러나고 만 ‘십알단’의 두목 윤 목사는 이렇게 말했을지 몰라요. “이게 바로 포털입니다, 포털!” 이건 뭐 아멘인가요. 아, 멘붕인가요.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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