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선후배 여러분, 저를 믿고 결과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상득 의원이 정계를 은퇴한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형태 새누리당 당선자가 한국방송 후배들에게 보낸 문자다. 김 당선자는 한국방송 기자 출신이다. 그는 2004년에 퇴사했다. 그가 어떻게 기자들의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문자에서 그는 “추문은 사실과 다르며 짜깁기 편집한 것” “사실 여부는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출당 논의가 나오는 김 당선자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그는 인터넷에서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추문을 일으킨 미드필더 긱스의 이름을 빌려 ‘포항 긱스’라 불린다. 김 당선자는 2006년부터 박근혜 언론특보단장직을 맡고 있다. ‘정의롭고 깨끗한 김형태. 언론 경력 30년. 국내외 언론이 인정한 언론인.’ 그의 개인 누리집에 있는 슬로건이다.
거짓말.
“끊어버려야 되겠어.”
피해자가 마지막 절규를 할 때 112 신고센터에 남은 경찰의 마지막 목소리는 “끊어버려야 되겠어”다. 경찰청이 감찰을 통해 이번 경기도 수원 살인사건을 재조사한 결과다.
경찰의 자체 감찰만으로도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말 간단한 짧은 신고였다는 것도, 신고에 장소 특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곧바로 탐문 조사를 했다는 것도, 119와 연계해 위치추적을 했다는 것도, 35명이 동원됐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괴물로 변해버린 한 인간 앞에서 ‘민중의 지팡이’는 곰팡이만도 못한 거짓말만 늘어놓았다. 4월의 그 시각, 22번째 죽음을 애도하려고 분향소를 차리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경찰의 진압으로 망연자실했다. 경찰은 분향소에 설치하려 했던 희생자의 영정을 부수고 밟았다.
거짓말.“그 돈을 우리가 낼 수는 없어요.”
4월11일, 선거 때마다 등장하던 얼굴이 또 등장했다. 늙지도 않는 얼굴, 진시황이 먹고자 했던 불로장생의 명약은 바로 우리 땅에 있었다고 하던데, 그것은 ‘욕’이었나 보다. 다크그레이 계열을 커플룩 깔맞춤으로 차려입은 환상의 커플, 전두환·이순자 부부다. 추징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 전두환씨는 “아는 게 없어요”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순자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우리가 낼 수가 없어요.” 무슨 뜻에서였는지 취재진은 한마디 더 물었다. “아들이나 친척들은 돈이 많지 않나요?” 이씨는 “대한민국에서는 각자가 사는 것이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죠”라고 쿨하게 답했다.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 중 532억원을 납부해 미납 추징금이 전체의 75.9%인 1673억 원에 이른다.
전설 같은 뻔뻔함만 있는 게 아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그들은 전재산 29만원으로 골프도 치고, 깔맞춤 정장도 맞춰입고, 무엇보다 또박또박 변명할 힘을 얻을 음식도 산다. 그리고 29만원으로 이어가는 그들의 생명줄은 질기고 오래간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전·이 커플은 전 국민 몰래 인형 눈깔을 붙이고 있을 수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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