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008ABD">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어떤 거물인가.</font> 일찍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거물을 두 종류로 분류했다. ‘클 거’자를 쓰는 거물이 있는가 하면, ‘갈 거’자를 쓰는 거물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거물은 당연히 ‘클 거’자 거물이다. 안상수 대표로 말할 것 같으면 기세등등한 집권 여당의 대표인 만큼 당연히 ‘큰 거물’로 예우해주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사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1월23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가 안상수 대표를 가리켜 ‘당신, 이제 거물 됐던데’라는 식으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 보도다. 자, ‘당신, 이제 거물 됐던데’라는 식의 못마땅한 표정은 과연 어떤 표정일까. 이걸 궁금해해봐야 의 차원 높은 상상력 앞에서 언제나 좌절만 느낄 뿐이다. 여기서 강조점을 찍어야 할 대목은 이 대통령이 안 대표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 그리고 안 대표보다 이 대통령의 힘이 조금 더 세 보인다는 사실이다. ‘가시는 길 편안히 모시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사각사각 깍두기 머리의 덩치 큰 조폭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면 보람상조를 떠올리는 것이 상식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의 설명을 들으면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안상수 대표를 ‘큰 거물’이 아니라 ‘갈 거물’로 점찍었다는 사실 말이다.
<font color="#008ABD"> 현재 스코어만 따진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힘이</font> 안상수 대표에 비해 좀더 세 보이는 것이 맞지만, 권력이란 원래 움직이는 것이다. 안 대표가 이 대통령을 빅사이즈 ‘대물’로 대접하느냐 물러날 ‘퇴물’로 취급하느냐의 차이인데, 삼청동 안가 회동 이후 안 대표의 발언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당·청 갈등에 대해 언론에 나온 것과 달리 자신은 이 대통령에게 사과한 사실이 없다고 당당히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지 않았거나 자신이 돌지 않았다면, 친이계에 속하는 한나라당 대표가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을까. 안 대표가 이 대통령을 이미 ‘대물’이 아니라 ‘퇴물’로 취급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말 그랬다면 사실 ‘안가 만찬 도중에 떠나’라는 기사의 제목부터 달리 읽을 필요가 있다. 이를 점잖게 바꾸면 “한나라당 대표 안씨, 만찬 도중에 떠나”, 이렇게 된다. 이 대통령의 못마땅한 표정에 불만을 품은 안 대표가 삼청동 안가를 박차고 나왔다는 뜻이다. 아울러 안 대표는 측근에게 이렇게 덧붙였을 수 있다. “다시는 거기 안가. 나 삼청동 안가!”
<font color="#008ABD"> ‘할 말은 하는 언론’이 뭐가 대단한가.</font> ‘못할 말도 하는 언론’이 대단한 것 아닌가. 설 특집 천기누설 하나. 식구들은 종종 ‘쩜백’ 고스톱을 친다. 지난해 강원도로 엠티를 갔을 때! 그 1년 전 또 다른 엠티를 갔을 때! 그리고 몇 해 전 대구 어느 계곡에 놀러갔을 때! 내가 다 봤고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몇몇 판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거물’급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과연 언론사 기자가 ‘쩜백’ 고스톱을 칠 수 있는가. 이것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칙은 고스톱 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잠시 고스톱을 친 정도라면 돈을 걸었더라도 무죄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거나 재산이 아주 적은 사람이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면 유죄라는 판례가 있다. 이를테면 세무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점당 500원의 고스톱을 쳤다면 도박이 아니라 오락이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면 도박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들쭉날쭉한 잣대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박봉의 기자가 쩜백 고스톱을 친 사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상 초유의 언론사 도박단 조직사건이라도 터지는 것인가. 설날, 오랜만에 가족친지가 모여 쩜백 고스톱을 친 수많은 가정들은 어찌되는 것인가. 내기와 오락을 좋아하는 이들을 대표해 밝히는 소박한 새해 소망 하나, 2011년에는 온 국민에게 고스톱의 즐거움을 허하라! 물가상승률도 가파른데 쩜백까지는 좀 봐주시라!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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